보통생각

커피와 커피 믹스는 같지 않다

죽장 2015. 3. 27. 12:09

[2015.3.27, 이미숙의 건강한 먹거리]

커피와 커피 믹스는 같지 않다

 

“커피 한잔 하고 가세요, 커피가 암을 예방한대요.” 지난 주말 마트에 갔다가 필자가 목격한 커피믹스 판촉사원의 호객멘트다. 단지 1+1 가격행사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판촉사원의 ‘항암 커피’ 주장이 진짜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고객들이 시음을 했고 커피믹스를 카트에 담고 있었다. 정말 커피믹스는 암을 예방할 수 있을까?

 

커피는 지난 수 십 년 동안 건강에 나쁜 음료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커피의 유혹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로 건강을 생각하면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양한 연구에서 커피가 오히려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점차 누명을 벗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2월 미국 식사지침위원회는 “하루 3~5잔의 커피는 건강에 해를 주지 않으며 오히려 제2형 당뇨병과 심장병 위험을 줄여준다”고 발표함으로써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섣불리 커피에 완벽한 면죄부를 주기엔 무리가 있다. 누가 마시느냐, 어떤 커피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은 바로 카페인이다. 카페인은 커피원두에서 처음 분리, 확인됐기 때문에 카페인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카페인은 커피뿐 아니라 녹차나 홍차, 코코아, 콜라 등에도 들어있고, 피로회복제, 두통약이나 감기약에도 들어있다. 에너지음료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알고 보면 카페인음료다.

 

적당량의 카페인은 정신을 맑고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서 각성효과를 나타내기 때문.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항산화효과가 있기 때문에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근육운동을 촉진하여 운동시 지구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뇨병과 심장병 위험을 줄여준다는 보고와 일부 암의 예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카페인 또는 대표적인 카페인 함유음료인 커피가 건강의 적으로 인식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인다.

커피 마시는 여성하지만 카페인에는 다양한 부작용이 있다. 다만, 카페인에 대한 민감성은 사람에 따라서 큰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오거나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는 이유는 모두 카페인 때문이다. 카페인의 지나친 각성효과는 불면증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심장 자극효과가 있어서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또한 위벽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빈속에 마시는 모닝커피는 위궤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위염이 있거나 위궤양이 있다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에도 카페인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페인은 태반이나 모유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빈혈이 있거나 철분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카페인을 함유한 음료를 피해야 한다. 카페인은 철분의 흡수율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초콜릿칩쿠키, 초콜릿케이크, 초콜릿아이스크림...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간식 중 상당수에 초콜릿이 들어있다. 초콜릿의 재료인 카카오콩에 카페인이 들어있기 때문에 초콜릿을 이용한 가공식품에는 당연히 카페인이 들어있다. 그런데 어린이의 카페인 대사속도는 어른에 비해 훨씬 느리다. 즉, 카페인의 부작용도 심하다는 뜻. 프랑스에서는 카페인 함유량이 많아 청소년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에너지음료에 특별세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자, 이제 다시 커피믹스로 돌아가 보자. 개개인의 카페인 민감도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서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단 논란이 많았던 ‘커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으로 기울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커피믹스에는 커피보다 더 많은 량의 ‘설탕’이 들어있다. 그리고 설탕의 과잉섭취가 다양한 방면에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설탕범벅 커피믹스가 건강에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커피믹스에 카제인나트륨이 들어있건 우유를 넣었건 별 상관이 없다. ‘설탕’ 하나만으로도 커피믹스는 이미 유죄다. 착각하지 말자. 커피믹스와 커피는 결코 같지 않다. 커피가 누명을 벗었다고 커피믹스가 덩달아 건강식품으로 둔갑하는 우스꽝스런 상황, 똑똑한 소비자들이 바로잡아야 한다.

'보통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CNN이 보도한 한국 음주문화  (0) 2015.05.07
나이로 본 남자의 일생  (0) 2015.04.03
간통한 여인의 속죄  (0) 2015.03.06
단산지를 아십니까?  (0) 2015.01.30
제 16대 "영남수필문학회" 회장에 선임되다  (0) 201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