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얼어붙은 바다 위에서

죽장 2015. 1. 6. 20:02

 

 

 

  블라디보스톡 공항에 내려서의 첫 느낌은 눈과 추위다. 우리의 도착에 맞춰 환영의 백설이 내려 온 세상이 하얗다. 품속으로 파고드는 바람을 맞으며 난생 처음 밟아보는 러시아를 확인한다. 황혼이 짙어오는 시가지를 지나 숙소로 향했다. 눈과 얼음으로 미끄러워진 길을 자동차들이 엉금엉금 기어서 간다.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첫 날 밤을 보내고 맞은 늦은 아침시간이다. 희뿌연 하늘에서 다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숙소 주변을 살펴보니 온통 자작나무 숲 속에 들어앉은 동화 같은 풍경이다. 나무 아래 벤치에 눈이 녹지 않고 있는데 다시 자작나무에 눈이 쌓이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덩치 큰 개가 달려 나와 이방인을 향하여 목청을 높인다.

  뒤뜰로 돌아가니 갑자기 눈앞이 환해졌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하얀 벌판 같았다. 간 밤 들어 올 때는 보이지 않던 자작나무 울타리 뒤편으로 펼쳐진 바다가 얼어있었다. 언 바다가 눈으로 덮여 있는 것이었다.

  부지불식간에 울타리 밖으로 발을 내딛으니 쌓인 눈에 발목이 빠진다. 얼음장 위에 올라서서 조심조심 발을 굴려보았다. 그리고는 얼음장 위를 걸어 앞으로 나갔다. 바닷물 위를 걷는다는 생경함이 다가왔다. 다음 순간 가슴이 뻥 뚫렸다.

 

          쉬지 않고 달려온 여행의 끝이자

          또 한 번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여기, 러시아 극동

          태평양 서북단의 끝 모를 수평선에서

          자작나무를 흔드는 찬바람 맞으며

          백설 덮인 얼음장과 잇닿은 하늘을 보니

          어제까지는 감사였고

          오늘은 행복하고

          내일은 배려라는 다짐일세

 

          얼음 얼고 눈 덮인 아무르만 설평선에서

          보랏빛 추억을 헤치고 희망을 보았네

          하얗다 하얗다 마침내 푸른 내일을 보네

          갈매기 찬바람 맞으며 날아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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