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수필세계

행복한 꿈

죽장 2015. 2. 16. 07:40

 

  ‘나는 노래할 수 있는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 a song to sing)’

  ‘나는 환상적인 꿈이 있어요(I have a dream, a fantasy)’

 

  봄이 가까운 날 오후, 햇살 드는 창 앞에서 지긋이 눈을 감고 아바(Abba)가 노래하는 ‘I have dream’을 듣는다. 감미로운 음률 때문인지 스르르 졸음이 밀려온다. 이대로 잠이 들어 그야말로 환상적인 꿈의 세계로 들어갈까 하다가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깨어있으면 꿈을 이룬다는 말이 문득 생각났다.

 

  나는 꿈이 있었다. 소년 시절은 대통령이, 중등학교 때는 판검사가 꿈이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는 그런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으면서도 달콤한 꿈을 가졌었다. 이를테면 군에서 제대하면서는 갖은 굴레에서 벗어나 활기차게 살아가는 꿈을 가졌고, 한 여인을 만나 사랑을 하면서는 궁궐에서 왕비와 함께 사는 임금의 꿈도 꾸었다. 아침마다 직장으로 향하면서 꿈을 꾸었고, 황혼을 보며 집으로 퇴근하면서도 소박한 가장의 꿈을 꾸었다. 꿈을 꾸는 자에게 희망이 있다는 말을 되뇌며 나날이 행복했었다.

  나는 지금도 꿈을 꾸고 있다. 소위 ‘화려한 백수’로 지내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이 내 인생 전반전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면 오늘 내가 꾸는 꿈은 후반전의 설계이자 목표이다. 그것은 무엇을 이루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종 결과를 목표로 하는 꿈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 가치를 둔 것으로 그 내용이 바뀌었다. 여태까지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겉포장에 치중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차분하게 내면을 들여다보며 진정한 즐거움과 여유를 주는 꿈이다.

  과정을 목표로 하는 꿈, 내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꿈은 지위의 높고 낮음이나 가진 것의 많고 적음과는 상관이 없다. 그것은 나와 남이 있는 상대적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다짐하면서 혼자 나아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전반전의 꿈은 스스로 평가가 가능했지만 후반전은 스스로 평가할 수가 없다. 후반전 꿈의 성취여부는 아마도 이 세상에서 목숨이 다하는 날에나 판명날 것이다.

 

  꿈이 있는 인생은 행복하다. 자신을 위해서는 많이 걷고 많이 웃는가 하면, 나의 주장을 줄이고 가족을 사랑하며 이웃에 눈과 귀를 활짝 여는 데 마음을 쏟고자 한다. 꿈의 존재는 나태해지려는 삶의 끈을 당기는 힘이 된다. 인생 후반전 원년을 맞아 꿈을 꾸면서 행복에 젖는다. '나는 천사를 믿어요(I believe in angels)' 하는 아바의 노래 마지막 소절이 귓가를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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