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19, 조선일보. 가슴으로 읽는 시조]
잊응께
그만, 뚝, 엥간이혀, 미안헐 거 한 개도 읍서
일할라 눈치 볼라 그 5년 내게 잘 헌 거여
그렁께 울지를 마러 날 울리지 말란마려!
건강허고 사업 잘 해야혀 그 술, 술 작작 마셔야
여자덜 조심하라꼬 패가망신 십상이여
알었지, 떠나면 곧 잊응께, 그만 일… 곧…잊응께…
―강문신(1948~ )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 같다. 나이 좀 자신 품 너른 어른들이 투덕투덕 건네던 말. 잔뜩 웅크린 잔등이며 어깨를 두드리던 손들은 그렇게 두툼하고 뜨뜻했다. 그러다 문득 먼 데를 보든지 코를 피잉 풀든지, 힘든 사람을 다독여주는 어른들의 속 깊은 말이 있었다. 우는 사람 달랠 때마다 '그만, 뚝!'이 있어왔듯 말이다. 거기다 또 얹는 말이 '떠나면 곧 잊응께'니, 그리고 '그만 일… 곧… 잊응께'니, 하염없이 울던 사람도 미안한 마음 다 내려놓고 떠날 수 있겠다.
사투리 속의 마음이 더 훈훈히 감겨드는 것은 시절 때문인가 보다. 이제 누구든 힘든 일은 잊고 새로운 시작을 열면 좋겠다. 사투리 묵은 힘을 빌려서라도 어렵던 시간일랑 털고 가면 좋겠다. 그래도 안 잊히는 일이야 '세월이 약'이라는 오래된 명약에 또 기대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