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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옷.... 대구선 품절, 대전가면 완판

죽장 2013. 6. 26. 09:49

[2013.6.26, 조선일보]

튀는 옷.... 대구선 품절, 대전가면 완판

국내 주요 백화점 바이어·마케터 사이에선 '튀는 옷은 대구에서 팔고, 얌전한 옷은 대전에서 팔라'는 속설이 돈다고 한다. 무슨 소리일까? 현대백화점 이대춘 마케팅 팀장은 "제품을 팔다 보면 사실 지역별로 스타일 온도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그 지역마다 주요 고객의 소득과 연령, 주거 환경이 조금씩 다르니까요. 지역색도 살짝 영향을 미치고요. 가령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아웃도어 의류는 노스페이스가 1등이지만, 경북과 호남에선 국산 제품인 코오롱스포츠가 더 인기입니다." 지역별 '숨은 명품'이 알고 보면 따로 있다는 얘기다. 국내 주요 백화점 매출 정보를 토대로 살펴봤다.

부산은 "화려", 대구는 "실험적"

백화점 바이어·마케터는 화려한 옷이 가장 잘 팔리는 지역으로 부산을 꼽았다. 신세계백화점 홍정표 영업전략팀장은 "부산은 화려하고 과감한 색채의 옷일수록 잘 팔리는 곳"이라고 말했다.

"돌체앤가바나의 청바지·재킷처럼 눈에 띄는 옷일수록 매장에 걸리기 무섭게 팔려나간다." 올해 초엔 아예 돌체앤가바나 남성 매장을 별도로 열었을 정도라고. 뱀피·악어 가죽 가방으로 유명한 낸시곤잘레스나 VBH 같은 가방이 유난히 인기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연예인 효과도 톡톡히 보는 곳이다. 가령 탤런트 윤은혜가 드라마에 바르고 나왔던 나스의 핫핑크 립스틱(스키압)은 부산에서 제일 먼저 동났다. 홍 팀장은 "바다를 낀 지역인 데다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다 보니 휴양지에서나 어울릴 법한 아이템도 잘 팔리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도 '튀는 패션'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지역이다. 실험적인 디자인일수록 대구에서 잘 팔린다. 각종 수입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크 김학술 실장은 "'이걸 어떻게 입느냐'고 혀를 차는 제품일수록 꼭 대구에서 팔린다는 말을 들었다. 워낙 섬유산업으로 번창한 도시여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오일릴리, 토리버치처럼 패턴이 강렬한 옷이 대구에선 매출 1~2위를 다투는 브랜드라고 한다. 국내 디자이너 상표 중에선 이상봉의 옷이 인기다.

광주는 "국산", 대전은 "보수적"

광주광역시와 경남 진주시는 유난히 국산 제품이 잘 팔리는 지역이다. 갤러리아 아웃도어 이재준 바이어는 "수도권 지역에선 노스페이스가 제일 잘 팔리지만 광주광역시와 진주시에선 코오롱스포츠가 단연 1위"라고 했다. "주요 고객의 연령대가 40~60대다. 이름이 잘 알려진 우리나라 브랜드를 선호하는 고객층이다. 구두도 금강제화 제품이 가장 잘 팔린다."

충청 지역에선 40대 이상이 즐겨 입는 골프 웨어가 잘 팔린다. 현대백화점 충청점에선 잭 니클라우스·울시 같은 브랜드가 1~2위를 다툰다. 갤러리아백화점 권기범 핸드백 바이어는 "대전의 30~40대 고객 사이에선 점잖은 체크무늬 제품이 특히 인기다. 닥스 같은 브랜드가 꾸준히 1등을 하는 이유"라고 했다.

인천에선 "아이섀도", 울산에선 "캠핑"

인천은 신혼부부 거주율이 높고 10대 고객이 많은 지역이다. 신세계백화점 홍 팀장은 "립스틱이나 아이섀도는 가격도 싼 데다 외모에 금세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인천에서 유난히 색조 화장품이 잘 팔리는 이유"라고 했다. 바비브라운 아이섀도와 립스틱이 특히 인기. 반면 여름 무더위가 대단한 대구에선 얼굴을 보송보송하게 만들어주는 파운데이션 제품이 더 잘 팔린다.

울산은 북유럽 아빠처럼 아이와 잘 놀아준다는 이른바 '스칸디 대디' 열풍이 시작된 곳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현대백화점 울산점 권성혁 팀장은 "서울 지역 백화점엔 지난 5월쯤부터 캠핑 전문 매장이 들어섰지만, 울산에선 올해 초부터 시작해 매달 100%씩 성장했다. 스노우피크·콜맨 같은 브랜드가 특히 인기"라고 했다. "울산엔 소득 수준이 높은 젊은 아빠들이 많이 사는 데다 주변에 캠핑하기 좋은 바다와 휴양림이 많아 캠핑 열풍이 싹트기엔 최적의 장소"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