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3.27, 조선일보]
탁월한 아이디어와 무식한 용기가 나를 이끌었다
"한국의 20대에게 어떤 말을 해주시겠어요."
26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초청 연사로 한국을 찾은 스티브 첸(35) 유튜브(Youtube) 공동 창업자에게 한 여대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스티브 첸의 조언을 듣기 위해 이 여대생은 마트에서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을 모두 콘퍼런스에 투자했다. 스티브 첸은 잠시 생각에 잠겨 대답을 골랐다.
"성공할지 실패할지 종이에 몇 번이고 쓰고 계산해 보세요. 희생을 뛰어넘을 만한 아이디어인지 또 검토해 보세요."
스티브 첸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골라야 하는지 부연했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사람들의 습관이 어떤지 자세히 관찰하고, 또 어떤 식으로 하면 성공할 수 있는지를 열심히 계산해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투자하세요."
스티브 첸은 전형적인 '실리콘밸리맨'으로 불린다. 리카이푸 전 구글차이나 사장은 "원하는 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창업을 향한 열정과 몰입, 사용자와 기술에 대한 예리한 안목을 갖추고 있다"고 그를 평한 바 있다. 이런 그에게는 도전이 일상이지만, 한국의 20대에게는 어려운 것 아닌가. 이런 의문을 갖는 순간 스티브 첸은 말을 이었다.
"잘나가던 페이팔(Paypal·온라인 결제 회사)을 떠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엄마는 울면서 말리더라고요. '넌 대체 뭐가 되려고 그러니'. 열심히 다니던 대학도 중퇴하고(일리노이대 공대), 직장마저 중간에 그만두니 부모님 마음엔 제가 짐 덩어리였던 것 같아요. 특히 동양인 부모들이 더욱 자식 걱정이 심하잖아요."
그가 2005년 페이팔 동료와 함께 창업한 유튜브는 초기 하루 가입자가 100명을 넘지 못했고, 그가 진 빚은 3만달러까지 늘었지만, 지금은 하루 8억명이 이용하고 하루 재생되는 동영상만 40억개가 넘는 거대 사이트가 됐다. 그는 창업 1년 반 만에 유튜브를 16억4000만달러(약 2조원)에 구글에 팔고 돈방석에 앉았다. 대만 출신으로 8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스티브 첸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그의 성공을 "탁월한 아이디어(brilliant idea)로 뒷받침되는 '계산된 위험 감수(risk taking)'"라고 요약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만한 확신을 가져라"
"'도전하라'는 말은 쉽죠. 하지만 안정적인 자리를 버리고 새로운 곳에 뛰어드는 것만큼 사람 피 말리게 하는 것도 없습니다. 무식한 용기(out rageous courage), 확신 있는 아이디어, 계산된 위험 감수. 이 세 가지가 저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절박한지, 얼마나 원하는지 스스로 묻고 또 물으세요."
그는 이날 점심을 함께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콘셉트로 진행된 '런치 위드 스티브 첸(Lunch With Steve Chen)' 시간에 먼저 탁월한 아이디어에 대해 말했다.
"가장 단순해 보이는 것이 탁월한 아이디어가 됩니다. 완벽한 아이디어만 찾으려고 생각만 하다 보면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죠. 사람들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하면 가장 단순한 데서 가장 큰 즐거움을 구할 수 있는지 찾아야 합니다. 보고 즐길 수 있는 펀(fun)의 요소를 찾으면 언어의 장벽도 허물 수 있죠. 강남스타일의 경우 우리 아이는 한국어를 모르지만 그것만 보면 춤을 춥니다. 아이디어란 이런 겁니다."
- ▲ 스티브 첸 유튜브 공동 창업자는 26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제4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 런치 위드 스티브 첸(Lunch With Steve Chen)’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신의 성공 비결을 말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죽음의 공포가 가져온 변화…"200달러로 시작하던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그는 이날 자신이 겪은 죽음의 공포에 대해 다시 털어놓았다. "2007년 애틀랜타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발작했어요. 비행기 안에서 정신을 몇 번씩 잃으며 죽음은 예측하지 못할 때 찾아온단 생각이 들더군요. 돈을 쌓아놓는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죽음에 가까이 간 경험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처럼 스티브 첸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느끼게 했다. 그는 2008년 만난 한국인 박지현씨와 그다음 해 결혼했고, 뇌종양 제거 수술도 받았다. 아내가 없었으면 그만한 용기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최근 실리콘밸리 인근 샌머테이오의 허름한 사무실에 개인 온라인 잡지 플랫폼인 '아보스(AVOS)'를 창업했다. 다시 200달러와 담요 한 장을 들고 시작했던 처음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것이다. "지금 만들고 있는 온라인 잡지도 '내가 보고 싶어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창업이란 건 어려운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이 무얼 원하는지 찾아보세요. 거기에 길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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