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3, 조선일보]
한국경제 미래, '제2의 최나연'에 달려있다
최나연·박인비 같은 프로 골퍼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밤잠을 아껴가며 하루 10시간 넘게 연습한다. 담력을 키우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찾아갈 정도다. 이런 집념의 결과로 한국 여성 프로들이 전 세계 골프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거두면서 귀중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반면 비슷한 실력의 일본 여자 프로들에게선 헝그리 정신을 찾기 어렵다. 그들은 낯선 미국 땅에서 핫도그를 씹으며, 미니밴에서 잠을 자면서 힘든 투어를 쫓아다니지 않는다. 미국보다 쉬운 일본 시장에 만족한다. 일본 여자 프로들에게 "밖에서 고생하며 돈 벌어오라"고 권하면 손사래를 친다. 대중음악 가수들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동남아시아에서는 일본 가수들이 주도하는 J팝이 대세였다. 지금은 한류(韓流) 아이돌이 일본 가수들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꿰찼다. 한국 아이돌은 노래와 공연 기획만 잘하는 게 아니다. 몇 시간씩 자리에 앉아 몰려드는 수천명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가며 힘든 유학생활을 끝내고, 세계적인 투자은행·컨설팅 그룹·국제기구에 들어가서 활약하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프랑스·이탈리아의 도시는 말할 것도 없이 시골 식당에서 현지 요리를 배우려는 우리 젊은이를 우연히 만나는 일도 다반사다.
서울 압구정동의 스페인 음식점 '알카자데 서울'에는 카를로스 신(한국명 신승환)이라는 젊은 셰프가 있다. 그는 한국에서 배재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초밥집에서 요리사 보조 생활을 시작했다. 그 후 프랑스의 세계적인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에서 정식으로 요리를 배웠고, 이탈리아·호주의 유명 식당에서 경험을 두루 쌓았다. 두바이의 최고급 호텔 식당 요리사를 거쳐 스페인으로 건너가 주방장이 됐던 그는 영어·일어·스페인어를 구사하는 글로벌 프로 요리사다.
이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카를로스 신 같은 글로벌 인재에게 물어봐야 한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길은 국제적으로 경험을 쌓은 패기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해외에 퍼져 있는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먹여 살리듯, 도전 정신으로 충만한 그들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면서 한국을 먹여 살릴 것이다.
글로벌 인재들은 지금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는 제조업의 빈자리를 메울 가장 중요한 대안이다.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은 앞으로 10년 이상 유지하기 힘들다. 미국이 그랬고, 일본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미국은 1980년대부터 대기업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를 겪었다. 미국의 빈자리를 재빨리 차지했던 일본도 제조업의 주도권을 한국과 중국에 넘겨주고 있다. 우리도 벌써부터 기업들이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면서 제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은 더 국제화하고, 더 개방화하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교역규모 9위에 유엔 사무총장과 세계은행 총재를 배출한 글로벌 인재 수출 국가이다. 또 해외 거주 국민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나라이다. 젊은이들은 물 흐르듯 해외로 나가고, 경제 활력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필요한 해외 인력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가 자신의 꿈을 찾아 해외로 나가야 한다. 그들의 빈자리는 '코리안 드림'을 찾아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로 채워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참 활력 있고 똑똑하다. 그들이 전 세계에서 날개를 펴고 도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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