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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의 1/5만 자기 돈

죽장 2012. 11. 5. 13:28

[2012.11.5, 조선일보 조용헌살롱]

수입의 1/5만 자기 돈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 "부귀영화(富貴榮華)요, 재색명리(財色名利)"라고 대답해야 하지 않을까? 소수의 인간만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람이 재물을 좇으면서 산다. 부(富)와 재(財)가 인간 욕망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고대사회에서는 재물을 어떻게 생각하였을까. 2500년 전쯤에 성립된 초기 불교 경전을 보면 '5분의 1'론이 설파되고 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의 5분의 1만 한시적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나머지 5분의 4는 명의만 자기 돈이지 자기 돈이 아니다. 5분의 4가 어떻게 자기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것인가? 그 빠져나가는 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 번째 5분의 1은 왕이나 권력자에게 바쳐야 한다. 정치자금을 내놓지 않아서 권력자에게 밉보이면 목숨까지도 위험했다. 역사를 보면 권력자에게 돈을 늦게 주어서 당한 사례가 여러 번 나온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국세청에 내는 합법적인 세금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두 번째 5분의 1은 도적의 몫이라고 되어 있다. 돈이 있으면 도적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요즘으로 치면 사기꾼이다. 사기꾼들은 온갖 그럴듯한 유혹을 한다. "여기에다 투자하면 틀림없이 대박 납니다. 만약 손해 나면 제가 물어 드립니다." 돈을 벌려는 욕망이 크면 클수록 거기에 비례해서 사기를 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맞벌이 월급쟁이 부부가 안 쓰고 안 입고 근근(僅僅)이 모아서 사기꾼에게 당하는 사례도 여러 번 목격하였다.

세 번째 5분의 1은 질병이 뺏어 간다. 인생 살면서 어떻게 병을 피해갈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사람이 병에 안 걸린다고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필자도 글 쓰다가 견정(肩井)·심유(心兪)·대포(大包)·경문(京門)·장문(章門) 같은 혈(穴) 자리가 막혀 상당히 고생하였다. 네 번째 5분의 1은 가족·형제·친구의 몫이다. 사는 것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다. 주변에서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모른 체 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보증 서주는 일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섯 번째 마지막 5분의 1만 온전히 자기의 소유이다. 그렇지만 이 마지막 5분의 1도 잠깐 동안 한시적인 지배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파한다. 사는 것은 25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