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18, 조선일보에서 퍼온 글]
"서울말, 니 궁디를 주 차뿌까" 경상도 사투리 전성시대
괜찮아유" 가고 "행님아" 충청도 개그 시대엔 에둘러 말하는 게 유머코드
요즘은 '직설화법'에 열광… 국민MC 강호동 활약으로 경상도 사투리 거부감 줄어
E와 2의 차이를 알아? 알파벳 e는 높은 성조 숫자 2는 낮은 성조로 구별
어데'가노'→ 어디 가느냐, 어데'가나'→ 가냐 안 가냐
예전엔 권력의 말투… 김대중·노무현정부 거치며 경상도 사투리가 점차 권위적 이미지 벗어
"듣자하니 말씀이 지나치시네요"를 경상도 사투리로 하면 어떻게 될까. 대구 출신 래퍼 MC메타가 말한다. "고만 씨부리라." 그렇다면 "너 오늘 되게 촌스럽다"는? 부산 출신의 경인방송 박준철 PD가 답한다. "끌베이가."
경상도 사투리가 인기를 끈다. 사뭇 붐을 이루고 있다. TV에서 인터넷에서 '경상도 사투리 배우기'가 유행이다. 사투리를 내세운 개그맨, 사투리로 된 노랫말, 사투리만 쓰는 방송 출연자까지, 억세고 거칠고 무뚝뚝하던 경상도 사투리가 재미있고 새롭고 귀여운 이미지로 바뀌고 있다.
KBS 2TV '개그콘서트'는 지금 경상도 출신 개그맨들이 이끌어가다시피 한다. 박영진·김영희의 '두분 토론'부터 '촌스런 남자' 양상국까지 사투리 코너가 끊이지 않는다. 최근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동영상 '1루수가 누구야' 역시 의문문과 평서문의 억양이 같은 경상도 말의 특성에 착안한 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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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상도 사투리인가
MBC경남은 지난 설 특집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콱 마! 궁디를 주 차뿌까!'를 방영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은 경상도 말의 독특한 성조(聲調)가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2의 2승, 2의 e승, e의 2승, e의 e승'을 정확히 구별해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은 경상도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경상도에서 숫자 2는 저조(低調), 알파벳 e는 고조(高調)이므로 쉽게 구분되며, 이것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겐 매우 재미있게 들린다는 설명이다.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라는 방언 연구서를 펴낸 경북대 국문과 백두현 교수는 "'니 어데 가노?'는 가는 곳을 묻는 의문문이지만 '니 어데 가나?'는 가는지 아닌지를 묻는 의문문"이라며 "성조에 따라 말하는 바가 다르고 종결어미 '노'와 '나'가 달리 붙는 것이 경상도 말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종결어미 차이가 석보상절(釋譜詳節)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세종 때까지 있었던 우리말의 특색이라고 설명했다.
경상도 말의 또 다른 특징은 발음의 생략과 압축이 많다는 것이다. 래퍼 MC메타는 "곰팡이 궁둥이 정강이 놈팽이/ 뭐가 이응이 그렇게 많노/ 정개이 곰패이 놈패이 지패이 문디 쌍디 주디 궁디 간띠"라고 노래했다. '고등학교 수학선생님'을 경상도 사투리로 하면 '고 솩쌤' 네 글자가 된다는 말도 있고, 경상도에서 은행 대출을 받을 때 대출신청 사유란에 '짜치서(쪼들려서)'라고 쓴다는 농담도 있다.
또한 다양한 수사(修辭)도 경상도 말의 특징이다. MC메타는 '매우·아주·몹시·무척'이 경상도에서는 '억수로·한거석·허들시리·천지삐까리로·몽창시리·한빨띠·대끼리·댓바이'로 늘어난다고 노래했다.
◇경상도 말을 통한 사투리의 재발견
인디밴드 '장미여관'은 사투리로 된 노래 '봉숙이'를 발표해 인기다. 그 가사는 "야 봉숙아/ 말라꼬 집에 드갈라고/ 꿀발라스 났드나…못 드간다 못 간단 말이다/ 이 술 우짜고 집에 간단 말이고" 하고 이어진다. 케이블 요리 경연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의 심사위원 김소희는 경상도 사투리를 고집하는 심사평으로 유명하다. "끌베이가"를 대유행시킨 박준철 PD는 4년 전부터 유튜브에 '부산말 사투리' 강의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요즘 개그맨들이 부산말의 투박함을 유연하게 만들면서 내 동영상도 인기를 얻은 것 같다"고 했다.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하는 그는 "부산말과 서울말은 영어와 한국어처럼 완전히 다른 언어"라고 말했다.
방언 학자들은 사투리의 재발견을 매우 환영하고 있다. 백두현 교수는 "젊은 세대로 갈수록 방언이 급속히 없어지고 고향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며 "사투리의 가치를 알리고 지키는 것이 국어의 속살을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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