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6.5, 조선일보에서 퍼온 글]
윤리지능
브루스 와인스타인 지음|송기동 옮김
다산북스|284쪽|1만4000원
'의도적이고 악질적인 고객의 요구는 참아야 하나, 거부해야 하나?' '친구의 불륜을 모른 척해야 할까, 따끔하게 충고해줘야 할까?' '12세 아들과 함께 영화관에 갔더니 알림판에 〈어린이(11세까지):반값〉이라 적혀 있다. 제값을 낼까, 살짝 속일까?' '데이트 때 꼭 입고 싶은 드레스가 있는데 돈이 없다. 백화점은 구매 후 2주 내엔 환불해 주는 제도가 있다. 하루만 입고 환불받을까, 말까?'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그런데 때로는 뭐가 옳은지 애매할 때도 있고, 뻔히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도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조지타운대에서 생명윤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윤리 전문가로 활동하는 저자 브루스 와인스타인은 미국판 '애정남', 즉 '애매한 것을 정리해 주는 남자'이다. 잣대는 '윤리지능(Ethical Intelligence). 와인스타인은 "지능지수(IQ)와 감성지수(EQ)는 기본, 이젠 윤리지능 시대"라고 주장한다. 감성지능은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이해할 수 있게는 해주지만 당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알려주지 않으며 알려줄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와 나에게 상처를 주지도 입지도 않으며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선 똑똑한 '윤리지능'이 필수라는 것이다. 애매한 상황을 구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기준도 내놓는다. 그 원칙은 1.남에게 해 끼치지 마라. 2.상황을 개선하라. 3.다른 사람을 존중하라. 4.공정하라. 5.사랑하라.
와인스타인은 크게 직장과 사생활 영역으로 나눠 실생활에~~서 맞닥뜨리는 윤리지능 문제를 설명한다. 가령, 흔히 근무 중에는 '정치, 섹스, 돈, 종교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에 대해 그는 윤리지능 원칙을 통해 설명한다. 이들 주제는 격한 감정과 굳은 신념의 표출을 자극하고, 개인의 가치관과 관련돼 있으며 이성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자칫 1·3원칙을 위반하기 십상이다. 사내 연애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직원, 고객 그리고 업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즉 제1원칙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를 명백히 위반하는 행위이다. 더불어 '공정하라'는 제4원칙을 위배할 가능성도 크므로 윤리지능에 부합하지 않는다. 따라서 "윤리적으로 똑똑한 관리자는 두 사람이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한다. 그리고 윤리적으로 똑똑한 연애 당사자들은 스스로 직장에서 신중하게 처신한다."(98쪽)
지난 2011년 1월 스티브 잡스가 병가(病暇)를 내면서 자신의 건강상태와 병명을 정확히 밝히지 않은 경우는? 저자에 따르면 이 역시 '다른 사람을 존중하라'와 '공정하라'는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대통령이나 공개기업의 최고경영자는 건강상태를 포함한 신상에 대해 가능한 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국민과 이해당사자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공정한 행위라는 것이다.
직장 상사가 아랫사람을 혼낼 때도 윤리적으로 똑똑한 방식은 ▲적절한 환경(다른 사람이 없는 가운데) ▲긍정적인 것으로 시작하고 ▲사람이 아닌 행동에 초점을 맞추며 ▲(의욕을 고취시키는) 고무적인 분위기로 마무리하는 것.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능하면 대면해서 ▲은밀하게 ▲당사자에게만 집중하며 ▲솔직하되 너무 냉정하지 않게 ▲서두르지 않으며 해야 한다고 권한다.
사과하는 방식 역시 윤리적인 것이 똑똑한 것이다. 가령 ▲'실수가 있었다'(주로 정치인들이 하는 방식)고 말하기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늑장 부리기 ▲문제점 부인하기 ▲인정은 하지만 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하기 ▲책임 떠넘기기 등은 모두 안 하느니만 못한 사과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윤리적으로 똑똑하게 사는 법을 안내하는 게 이 책의 장점. 점차 윤리가 강조되는 세태에서 개인이건, 조직이건 애매한 선택의 순간에 이 다섯 가지 원칙을 떠올린다면 적어도 치명적 실수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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