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반말 남발하는 방송

죽장 2011. 11. 17. 10:52

[2011.11.17, 조선일보]

반말 남발하는 방송

채윤희·올 댓 시네마 대표

 

"네가 전에 그랬잖아." "형 왜 그래." 요즘 방송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대화이다. 방송인끼리 혹은 일반 출연자들도 친분을 드러내고 격의 없음을 보여주기 위해 반말을 서슴없이 해댄다. 친해 보이기는 해도 사적인 자리도 아닌데 저래도 괜찮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빈정대는 존댓말이나 마음에도 없는 경어보다는 낫다 싶기도 하다.

살다 보면 반말과 존댓말을 써야 할 자리를 구분하는 기준이 아리송할 때가 참 많다. 친목회 같은 곳에 가서 정색하고 깍듯이 예의를 갖추는 것도 지나치게 거리감을 두는 것 같아 거북스럽지만 그렇다고 존댓말이 편하다는데도 친하게 지내야 한다며 굳이 말을 놓으라는 사람도 편치 않다.

히딩크 감독이 축구 대표팀을 맡고 있을 때 선·후배를 막론하고 "서로 반말을 하라"고 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주문이 선수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상호 의사소통이 중요한 축구 경기에서 선배에게 말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홍명보 감독은 선수들과 미팅할 때 항상 존댓말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독이 선수를 존중해야 선수 또한 감독을 존중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선배 대접이라는 관행이 전술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다고 판단한 히딩크 감독이나 상하 관계가 줄 수 있는 위화감을 없애는 방편을 마련하고자 했던 홍명보 감독이나 결국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겠다.

말을 편하게 놓는 것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 말을 높이는 것이 상대방 마음을 사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리더십의 예로 알려진 두 감독의 일화에 비추어 보면, 결국 대화할 때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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