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5.13, 조선일보]
성에 안 차는 부하직원 길들이는 '질책의 기술'
사무실 밖에서 목소리 낮춰서 10분 안에콕 집어 혼내고 어깨 두드리며 마무리해라
내 눈빛만 보고도 알아서 척척 일해주는 똘똘한 부하직원, 모든 상사들의 로망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런 호사를 누리긴 쉽지 않다. 내 맘에 쏙 드는 부하직원을 만나는 건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만큼이나 어렵다. 부하직원이 나보다 덜 민첩하고 덜 똑똑하다고 해서 무조건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부하직원을 잘 다독이고 타일러서 최고의 역량을 끌어내는 것 또한 고참 상사가 해내야 할 임무다.
그렇다면 능력이 부족한 부하직원을 꾸짖을 땐 어떤 기술이 필요한 걸까? 혼내는 리더와 혼나는 직원 모두가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책법 3계명을 기억해야 한다.
①단둘만의 공간에서 길들여라
상사 입장에선 부하직원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2%는 부족해 보인다. 그러다가 부하직원이 사소한 실수를 하면, 마치 그동안 잘못을 저지르길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사무실 안에서 큰소리로 꾸짖는 상사가 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라. 다른 부서원들이 다 보고 듣는 앞에서 혼나는 부하직원은 상사가 하는 말을 귀담아듣기가 쉽지 않다. 남들 앞에서 혼난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해 창피하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꽉 차 있을 것이다. 부하직원이 창피함을 느껴 다음부터 일을 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부하직원은 모욕감만 갖게 되며 동료 직원들과의 관계도 서먹해진다.
부하를 꼭 꾸짖어야겠다면 회의실 같은 밀폐된 공간으로 조용히 불러 1대1로 이야기하면서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최선이다. 대형 보험사 차장은 "기업 내 순혈주의 문화가 거의 사라진 시기에 후배들에게 무턱대고 화내고 혼내는 건 본인의 경력 관리에도 무조건 마이너스"라며 "후배들 사이에서 여론이 좋지 않아 팀장 보직에서 잘린 상사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남자들끼리는 직장 내 회의실보다 술자리가 최고란 의견도 있다. 한 카드사 부장은 "사사건건 깨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몰아서 혼내는 것이 낫다"며 "술자리에서 혼내면 다음 날 아랫사람이 '어제 잘 들어가셨어요? 말씀하신 건 잘 기억할게요'라고 하면 끝나니 가장 부담없다"고 말했다.
②딱 10분 동안만 혼내라
부하직원을 혼내야 하는 상황인데도 부하직원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화만 내는 악질 상사로 찍힐까 두려워서 아무 질책도 하지 않는 상사가 있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 주겠지'란 소극적인 생각은 리더십을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하직원이 가진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 번쯤은 따끔하게 질책할 필요가 있다. 이때는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명확하게 짚어줘야 한다.
최혜리 세계경영연구원(IGM) 연구원은 "부하직원을 꾸짖을 땐 잘못의 범위를 좁혀서 구체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컨대 '보고서를 이런 식으로 쓰면 어떻게 하나?'란 말보다는 '자네가 쓴 보고서 양식은 날짜와 장소, 시간이 들어가지 않으니 명확하지 않네'라는 식으로 얘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얼굴은 벌게지고 목소리는 높여서 싸움이라도 하는 것처럼 호통치면 결국 부하직원의 감정만 상하게 할 뿐이다.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흥분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잘못을 지적해야 한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넌 대학 때 뭘 배웠냐' '너 때문에 내가 힘들어' '부모가 뭘 가르쳤냐'는 등 과거나 가정사를 들추는 식의 비인간적인 말은 피해야 한다.
짧은 시간에 해결하라는 조언도 있다. 유정식 인퓨처컨설팅 대표는 "혼내는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면서 "10분이 지나고 난 다음에 하는 말은 모두 잔소리이고 중언부언"이라고 했다.
③마무리는 따뜻하게
일부 상사는 욱 하는 성격을 참지 못해 '폭풍 질책'을 마구 늘어놓다간 '됐어! 그만 가봐'라는 짧은 말로 마무리하곤 한다. 하지만 힘들게 훈계한 효과를 제대로 얻고 싶다면 마무리를 그렇게 건성으로 해선 곤란하다. 최혜리 IGM 연구원은 "꾸중을 들은 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직원을 격려하는 말이나 어깨를 두드리는 식의 따뜻한 스킨십을 활용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유명 외식업체인 와타미 그룹의 와타나베 미키 회장은 직원들을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질책경영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가 회사를 크게 성장시킨 이유는 회장 자신이 자필로 직원들에게 직접 편지를 쓰고 아르바이트생까지 챙길 정도로 따뜻한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혼낸 날 바로 저녁에 술을 사주는 식으로 위로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혼난 부하직원도 차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꾸중 무풍지대의 함정
회사에서 실수를 저질렀는데 상사가 전혀 질책하지 않는다면 어떤 해석을 내려야 할까? 전문가들은 그리 행복한 일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본인 실수에 대해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면 '직장에서 쫓겨날 불길한 징조'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 직원이 '때마침' 큰 실수를 해주면, 회사에선 그걸 구실 삼아 조용히 해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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