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원고와 자료

아빠 하면 떠오르는 것?

죽장 2011. 5. 3. 10:40

[2011.5.3, 조선일보]

                 [뻐꾸기 아이들 10만명] 아빠 하면 떠오르는 것?

                               - 11살 아이 "나는 그런 사람 몰라요" -

 

이혼·빈곤 등의 이유로 부모와 자녀가 떨어져 살아가는 '뻐꾸기 가족'의 아이들은 날개가 꺾여 있다. 따뜻한 부모의 사랑 대신 낯선 시설에서 살아야 하는 처지라 매사에 소극적이고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일부는 폭력적 성향도 보인다. 고모와 살던 준호(가명·11)는 3년 전 아빠가 절도죄로 구속되면서 서울 관악구의 S보육원에 맡겨졌다. 준호의 심리 상태는 불안정하다. "아빠 하면 떠오르는 게 뭐예요?"라는 상담치료사의 질문에 "나는 그런 사람 몰라요"라고 답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모와 살기 전 준호는 아빠의 동거녀와 함께 살았다. 준호는 "아빠와 엄마(동거녀)가 칼 들고 싸우는 걸 많이 봤어요. 그때마다 소리도 못 지르고 방에 숨어서 지켜봤어요. 자다가 깨어나니까 옆방에서 아빠랑 엄마랑 옷을 벗고 있었어요. 한두 번이 아니에요"라고 했다고 한다. S보육원 관계자는 "엄마 없이 자란 준호가 어릴 때부터 성(性)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입소 당시 심각한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을 받은 준호는 최근 같은 보육원 여학생들의 몸을 만지는 버릇 탓에 다른 시설로 옮겨졌다.

위탁 아동들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해 위탁 기간이 끝나고 성인(만 18세 이상)이 돼도 자립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열두살 때 할머니가 '한 달 있다가 데리러 오겠다'며 서울 봉천동의 한 고아원에 절 맡겼는데, 데리러 오긴 무슨…. 깜빡 속았죠. 3년을 거기서 살다 할머니를 찾아가서 '돈 벌러 미국 간 엄마 언제 오냐'고 물었는데 그제야 사실대로 말해주더군요. 날 낳자마자 엄마가 도망갔고, 자기는 그냥 동네 할머니라고…. 웃기죠?"

오모(22)씨는 이런 좌절을 거쳐 15세 때 고아원을 뛰쳐나와 얼마간 아빠와 살았다고 했다. 아빠는 어린 오씨를 자주 때렸다. 중학교를 자퇴한 오씨는 폭행 등으로 소년원에 3번 다녀왔다. "소년원에서 아빠를 찾아준다기에 그러라고 했어요. (아빠를) 죽여버리려고요." 작년 소년원 출소 후 술집에서 일하던 오씨는 새 삶을 위해 서울 충정로의 한 노숙자 쉼터에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오씨가 예전 잠시 머물렀던 그룹홈 관계자는 "최근 오씨가 절도 혐의로 수배가 내려져 소식이 닿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