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 희노애락의 감정은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기본 감정입니다. 하루에도 몇 번 씩 변하는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슬플 때 울지 못하고, 기쁠 때 기뻐하지 못하고, 화날 때 화내지 못하고 사는 것도 인생의 큰 불행 중에 하나입니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희노애락의 감정을 모두 적절하게 표현하고 산다면 어쩌면 가슴 후련하고 상쾌한 인생일 수도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였던 연암 박지원은 이런 희노애락의 모든 감정 뒤에는 울음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뻐도 울고 슬퍼도 울고 화나도 울고 즐거워도 우는 것이 울음이라는 것이지요. 울음이야말로 모든 감정을 통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연암일기에 보면 연암이 만주 벌판 넓은 땅을 지나갈 때 이렇게 표현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好哭場이니 可以哭矣로다!
울기 좋은 장소니 한번 실컷 울어볼 만한 곳이로구나! 너른 만주벌판을 바라보면 연암이 외쳤던 한 마디는 호곡장, 좋을 호자에 울 곡자, 장소 장자, 울기 좋은 장소이니 한번 실컷 울어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같이 수행하던 정진사가 아니 천지간에 이렇게 넓은 땅을 보고 겨우 울기 좋은 땅이라는 것은 무슨 이유냐고 묻습니다.
遇此天地間大眼界/忽復思哭何也오?
이때 연암은 이렇게 대답하지요
千古英雄善泣이오 美人多淚라!
천고 영웅들은 모두 잘 울었고, 미인들은 눈물이 많았다! 영웅은 잘 울었고 미인은 눈물이 많았다는 연암의 철학에 무릎을 칠 수 밖에 없습니다. 요즘 눈물이 말라버린 시대라고 합니다. 울고 싶어도 남의 눈치 때문에 울지 못하고 남자라서 울지 못하고, 잘 울지 못하면 영웅이 아니라는 연암의 철학을 돌아보면서 어디서 한 번 실컷 울어보는 것도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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