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8.30, 중앙일보, 김진의 시시각각 '부분']
소걸음을 몰랐던 소장수 아들
도지사가 지역의 유력 기업인과 알고 지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김 후보자는 떳떳해야 했다.
“박 회장을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지만
2007년 4월 2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어야 했다.
그런데 그는 “2007년 하반기 전에는 박 회장과 일면식도 없었다”고 했다.
‘2만 달러’의 시점엔 박 회장을 몰랐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2006년 10월 정무·행정부지사와 함께
박 회장과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정무·행정부지사는 도지사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다.
골프회동이 드러나자 김 후보자는 이번에는
“2006년 5월 지방선거 이전에는 몰랐다”고 했다.
그가 진실로 결백하다면 박 회장과의 관계를 사실대로 말했으면 됐다.
그리고 도청 직원이 가사도우미로 일한 것이나
부인의 관용차 사용도 처음부터 솔직하게 인정했으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앞으로는 공사(公私) 구분을 철저히 하겠다고 약속하면
국민이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박연차, 가사도우미, 부인의 관용차 사용에 대해 모두 거짓말을 했다.
그러니 이제는 사람들이 ‘2만 달러’도 믿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국의 지난 수십 년은 단축 공정과 압축 성장의 세월이었다.
커지는 몸을 정신이 채 따라가지 못했다.
흙탕물의 강을 건너오면서 많은 이가 옷을 적셨다.
당장 대통령부터 그러하지 않은가.
흙탕물에 적신 옷을 벗어놓아야 하므로 공직후보자에게 청문회는 위기다.
그러나 동시에 청문회는 기회일 수 있다.
흙탕물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이해와 용서를 구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후보자는 청문회라는 협곡을 건널 수가 있다.
그러나 거짓으로는 안 된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처한 것은
젊은 여자 르윈스키의 몸을 만진 것 때문이 아니다.
그런 일이 없었다고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라는 잘못이 있었지만 그래도 솔직했다면
닉슨도 백악관에서 쫓겨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