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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직업교육을 생각한다

죽장 2010. 6. 23. 07:56

다시 직업교육을 생각한다



  그것은 60년에 벌어졌던 참혹한 역사다.

  6·25전쟁으로 인하여 극도로 피폐해진 조국강산에 평화가 찾아왔건만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서러움은 진정 가시지를 않았다. 산과 들에 봄풀이 돋아났어도 지긋지긋한 가난, 배고픈 보릿고개가 천형처럼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라! 우리는 포탄자국으로 얼룩진 상처를 싸매고 기적처럼 일어섰다. 세계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산업화의 성공은 전설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었다.

 

  그 곳에 기능인력이 있었다.

  공장의 기계를 닦고 기름칠하여 정비하고, 밤낮으로 운전하여 수출상품을 생산한 산업화의 현장에 전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기능 인력들이 있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80년대 초반, 폭발적인 기능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문계고를 전체 고등학교의 50%까지 늘여야 했다. 이를 위하여 직업교육을 실시할 학교를 신설하거나 일반계 고등학교를 직업교육기관으로 전환시키는 일에 온갖 힘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국가경제발전의 목표를 연이어 갱신하는 기록을 세웠다.

 

  경제규모 세계 10위권의 나라이다.

  자동차, 조선, 반도체, 원자력 등 몇 몇 분야에서 세계 1위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는 덕분에 승용차를 타고 시장을 가고 나들이를 간다. 남아프리카에서 진행되고 있는 월드컵경기도 안방에서 입체영상으로 즐기고 있다. 지구촌 곳곳에 해외여행을 하는 한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가 하면, 첨단 스마트폰으로 세계를 손안에 쥐고 있다. 나로호 발사가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우주강국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성장과 발전의 그늘에는 부정적인 변화도 있다.

  당장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현장의 정보화, 자동화는 취업인구 감소에 따른 실업자 증가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또 사농공상과 같은 인문계 선호사상의 뿌리가 여전히 깊어 직업이나 적성은 도외시한 채 묻지마식으로 대학 진학을 선호한다. 드디어는 산업화의 주역을 배출했던 전문계 고등학교가 신입생 지원자를 채우지 못하고 천덕꾸러기 애물단지로 전락한 딱한 현실이 되었다.

 

  억울하다는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가난하던 시절에 우리의 역할이 중차대했노라 하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이제부터라도 산업사회의 변화에 맞춰 직업교육 체제를 시급히 재편해야 한다. 이의 방편으로 농어촌에 소재하고 있는 일정규모 이하의 소규모 전문계 고등학교를 통합하여 살려나가는 한편, 일반계와 전문계가 병존하고 있는 종합고등학교가 학교와 지역의 희망에 따라 일반계 고등학교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동시에 전문계고는 경쟁력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로 정예화 하여 중점 육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직업교육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과원교사 문제를 비롯하여 당장 투입되어야 할 재정수요 또한 만만치 않다.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많은 이해와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제부터 수년 내에 달라질 직업교육의 현실을 직시하며 우리 모두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할 것이다. 이 땅의 기술인재들이 21세기를 선도하고, 나아가 국가의 부를 창출해내리라 믿는다. 

 

  6·25전쟁의 포성이 멎은지 60년.

  어머니 등에 업혀 피난을 갔던 그 때, 나는 생후 7개월의 피덩이였다. 엄마의 마른 가슴을 쥐어뜯으며 젓을 달라고 보채던 아이가 회갑을 지냈다. 폐허를 딛고 우뚝 선 60년의 고갯마루에서 40년 후인 6·25발발 100주년을 생각한다. 배불리 밥 먹고 부족한 것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6·25는 임진왜란 이상의 먼 이야기일 테지만, 지금은 내 발등에 떨어진 직업교육 문제가 걱정이다. (수필가, 경상북도교육청 과학직업교육과장)

[2010.6.23, 경북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