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교육 관련 자료

공고(工高) 간 전교 1등, 괴짜 취급하는 세상

죽장 2009. 12. 22. 13:56

공고(工高) 간 전교 1등, 괴짜 취급하는 세상



  전문계고(옛 실업고)에 간 전교 1등 학생이 교육계에서 잔잔한 화제를 부르고 있다. 서울 건대부중 김예걸군의 이야기다. 김군은 "최고의 전기 기술자가 되겠다"며 수도전기공고 전기과에 지원해 수석 합격했다. 김군은 지난 중간고사에서 전교 1등을 하고, 내신 성적이 1% 안에 드는 최상위권 학생이다. 외고나 특목고를 가도 쉽게 붙을 성적이니 주변으로부터 '이상한 괴짜' 취급을 당했다.

  김군 가족과 학교도 그에게 외고나 특목고 진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김군의 아버지는 "솔직히 간판이나 명예를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원서를 쓰는 마지막 날까지 고민했지만, 아이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군의 생각은 단순 명료했다. 기자가 "이런 특별한 결정을 하게 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김군은 "뭐가 특별한지 잘 모르겠다"며 오히려 어리둥절해했다. 김군은 "다른 학교(특목고·인문계)도 다 알아봤지만, 내 적성에 가장 잘 맞고 졸업 후 안정된 직장을 찾을 수 있는 학교를 택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수도전기공고에는 3년간 학비 전액 면제, 졸업 후 한국전력 특별 채용 등 혜택이 있다. '전기 분야의 최고 장인(匠人)'이 꿈인 김군은 교육 과정과 취업 등을 고려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학교를 선택했다고 했다.

  김군의 '당연한 결정'이 괴짜 취급을 받는 것이 전문계고의 현실이다. 1970년대 산업입국(立國)을 지탱했던 '공고(工高) 신화'는 사라진 지 오래다. 기술자가 냉대받고 고졸은 더욱 냉대받는 것이 현실이니, 전문계고를 졸업해도 10명 중 7명은 취업이 아니라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

  이번 전문계고 입시엔 김군 같은 괴짜들이 여럿 나왔다. 강원도 원주정보고에는 성적이 우수한 세 쌍둥이가 함께 "기술을 배우겠다"며 지원해 동시 합격했다. 직업계 고교인 마이스터고의 평균 경쟁률도 3.55 대 1로, 작년의 1.26 대 1에 비해 세 배나 높아졌다. 간판보다 자기 꿈을 고집하는 '어린 괴짜들'이 자꾸 많아지고 있다. [2009.12.22. 조선일보]

  경북에는 구미전자공고와 금오공고가 마이스터 고등학교로 지정되어 전자 및 모바일분야 마이스터를 양성·배출할 예정이며, 내년 3월1일 개교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