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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스터고(高)의 성공 조건

죽장 2009. 10. 15. 15:31

마이스터고(高)의 성공 조건

 

내년 3월 문을 여는 전국 21개 마이스터고 3600명의 신입생 모집 전형이 12일부터 학교별로 실시되고 있다. 마이스터고는 전문계고의 본질 회복이라는 의미에서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마이스터고는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중 핵심과제다. 마이스터고의 핵심은 특화된 전문 교육을 통해 지식기반사회를 주도할 글로벌 기술인재 육성, 졸업 후 협약기업 취업과 군 입대 연기 그리고 군 입대 시 관련 분야 특기병 근무, 특별전형을 통한 (전문)대학 진학 경로 구축, 마이스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지속적 지원 등이며 학비 면제와 기숙사 생활의 특전도 주어진다. 이 모두는 교육과 취업 그리고 최고의 전문가 양성 등 전문계고의 본질에 충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꼭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교육의 양극화로 심화된 전문계고의 중병을 치유하고 직업교육의 르네상스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질병의 올바른 진단과 치유법이 제시돼야 한다.

마이스터고의 성공 열쇠는 '실력보다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의 뿌리 깊은 교육풍토를 어떻게 타파하느냐가 더 큰 문제다. 이공계 기피와 만연한 기능 경시 풍조, 그리고 왜 전문계고가 완성학교가 되지 못하고 연계교육으로 전락했는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정부의 최고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명문 전문계 특성화고교에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아이러니도 지금의 현실이다. 이는 마치 회사 간판과는 전혀 다른 제품을 생산하고 명품임을 자랑하는 것과도 같다. 분별없는 대학설립이 전문계고를 망치게 했다는 일선 교육자의 고언은 이유 있는 염려다. 이는 교육이 교육을 망치게 한 사려 깊지 못한 교육정책의 단상이다.

마이스터고의 본질이 산업인력 양성임을 감안할 때 자칫 포장만 달리한 또 다른 학교가 될까 염려된다. 한국형 마이스터고는 제조업 현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창의적인 기술인력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제도지만 졸업과 동시에 마이스터(Meister·장인)가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 명장으로 키우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대학 진학 경로 구축보다는 전문기술력을 향상시키는 자격증 제도가 더 바람직하며 군 입대 연기와 같은 미온적인 정책보다는 한때 교육대학에서 시행됐던 병역특례제도(RNTC)의 시행이 검토돼야 한다.

기능올림픽은 끝났지만 기적을 이룬 역량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흡수하는 혁신과 개혁을 해야 한다. 이를 미룬다면 제조업 강국의 길은 요원하며 '실력보다 학벌'이 우선하는 고질병도 결코 치유할 수 없다. 언제까지나 메달만 따는 기능강국만으로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마이스터고의 설립이 늘 그랬던 것처럼 보여주기 식의 명칭이나 간판만 바꾸는 식의 현상 변화가 아닌 21세기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갖춘 완성학교가 되길 기대한다.

[서승직·인하대 건축학부 교수. 2009.10.14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