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누드화에 숨겨진 스캔들

죽장 2009. 2. 14. 19:22

아침 신문에 데브라 피너팬의 장편소설 ‘마네의 연인 올랭피아’에 관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실오리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인.

머리에 커다란 꽃을 꽂은 그 여인의 옆에는 흑인 하녀가 꽃다발을 들고 있고,

침대 끝에서 검정고양이가 노려보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의 대략적 전경이 그렇다.

 

신문에는 또 조선시대 화가 신윤복에 얽힌 사연도 소개되어 있다.

얼마 전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주제가 되었던 신윤복은

너무 야한 그림을 그린 탓에 도화소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개울에서 치마만 걸친 체 머리를 감는 여인네들,

이를 훔쳐보는 떠꺼머리 총각 녀석들이 등장하는 ‘단오풍정’도

예사롭지 않은 작품안 줄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마네와 신윤복.

다같이 현실과 인간 감정에 충실하면서 예술혼을 불태웠지만

당시에는 전통을 뛰어넘는 작품 활동으로 적잖은 시달림을 받았다고 한다.

 

지난 해 수필문학회 정기 모임에서의 작품합평회 때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발표한 작품의 내용인 즉,

코흘리개시절 고향 동네에서 살았던 단발머리 소녀가 마음속에 있었는데

성장하여 시집장가 가서 잘 살고 있는 오늘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고향을 떠올리면 그 소녀가 생각난다는,

첫사랑을 고백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한 회원이 농담조로 이 내용을 부인이 아느냐며 궁금해 했고,

다른 회원은 내용을 볼 때, 무슨 일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어떠냐고도 했다.

수필이라는 문학장르의 성격상

허구가 용납될 수 없다느니, 문학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느니 하는 논란이 있는 판국이니

문학으로서의 수필작품과, 작품에 등장하는 현실세계를 연관지우는 것도 무리는 아니리라.

 

마네와 신윤복이 현실을 앞서간 예술혼으로 인하여 당시에는 비난을 받았듯이

문학의 한 장르인 수필의 세계에서도 표현의 범위가 제한받아야만 하는가?

세월이 흐른 훗날 이 작품들이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음을 보면서

오늘은 이런 생각에 잠긴다.

미술이나 문학이나 궁극적으로 같은 예술세계인데......

그 표현이 주변을 의식해야 한다면.....?

 

 

     [올랭피아] 

 

      [오월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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