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지 않는 말 두 마디
초등학교 4학년이 막 시작된 때입니다. 선생님은 수줍음 많고 얼마간 내성적인 나에게 다가오셔서 ‘너 글을 잘 쓰니 교내경작대회에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자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의 무엇을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나 분명한 것은 산문부에서 가작으로 입상하였다는 사실입니다. 나는 그날부터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하였으며, 지금까지도 글 잘 쓰는 사람으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초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다가오셔서 대뜸 하시는 말씀인 즉 ‘너를 믿었는데 왜 그랬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날 선배에게 반항하는 후배 녀석을 한대 쥐어박은 것을 가지고 그러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배의 아버지를 찾아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사과를 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되었지만 그때부터 선생님께서 나를 믿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나를 믿고 있는데 내가 행동을 함부로 하거나 공부를 게을리 할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 내가 어쩌다 교직에 들어와 삼십년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나 놀고 있을 때에도 가만히 살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독하게 말썽을 부리는 녀석도 뭣인가는 잘 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별난 행동으로 특별히 눈에 띄는 녀석을 불러서 내가 너를 믿고 있다고 은근히 알려주는 일입니다. 그 옛날 선생님께서 나에게 하셨던 ‘너 잘 한다’는 말씀과, ‘너를 믿고 있다’는 말씀, 이 두 마디를 잊지 않고 있기에 말입니다.
아이들 자라는 모습이 옛날 같지 않습니다. 텔레비전과 컴퓨터에 함몰되어 얼마나 똑똑한지 모릅니다. 더구나 요즘 부모들은 하나같이 교육에 있어 전문가들입니다. 비록 그렇기는 하지만 삼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은 아이들에게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찾아내어 칭찬해 주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신뢰를 주는 일만큼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것이 변치 않는 나의 신념입니다. 앞으로도 그런 생각을 버리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08.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