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봄, 금호강 풍경

죽장 2007. 4. 19. 08:09
 

  강가에는 낚싯대를 펼쳐놓고 고기를 기다리는 태공들이 여럿이다. 얼음이 풀리기를 기다리기가 지루해 몸살을 앓던 낚시꾼들이었다. 봄바람은 매실꽃 향기를 골짜기 가득 채우더니, 강둑 산벚꽃 꽃그늘에 다가와 머물며 낚시꾼들의 자장가가 되고 있다. 옆에서 민들레며 제비꽃이 잔잔한 미소를 보내고 있다.

 

  산책하던 발길을 멈추고 낚싯대가 휘청하고 당겨지는 순간을 기다려본다. 악취가 풍기던 죽음의 강이 고기들이 살만큼 맑아졌음을 실감하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고기들이 살 수 있는 강물이 되었으니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그만큼 좋아졌을 것이다.

 

  눈을 돌리니 여기저기 버려져 있는 쓰레기들로 인하여 눈살이 찌푸려진다.  덩치가 작은 것들이라면 손쉽게 주워 갈 수도 있으련만 흉물스러운 폐가구들도 있어 만만치가 않다. 그냥 지나치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물을 맑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처럼 생활주변을 맑게 하는 일도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꽃을 심어 아름다운 봄을 연출하듯이 이 강가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봄꽃이 자라고 있는 맞춤한 꽃밭을 하나씩 가꾸었으면 좋겠다.

 

  금호강 가까이에 살고 있는 덕분에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봄을 감상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이른 시각, 눈을 비비며 나서면 미쳐 덜 깬 강물이 어둑하게 다가선다. 일찍 나온 물오리 한 쌍이 유영을 즐기다가, 이따금씩 물에 고개를 박고 뭔가를 찾고 있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수묵화이다.

 

  아침 산책길의 반환점에는 연분홍 산도화가 치맛자락처럼 흔들리고 있다. 부지런한 농부의 손길로 인해 남새밭에 돋고 있는 풋마늘이 가지런하다. 언덕 아래 군데군데 노랗게 핀 유채꽃이 곱다. 누가 심어 가꾼 것이 아니니 아마도 몇 년 지나면 강변 가득 유채꽃 노란 물결이 넘실거리게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이리저리 몸을 풀고 있노라면 스러졌던 풀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팔공산 능선이 붉게 물들어오고 강 건너 아파트 단지의 불빛들이 하나 둘 스러진다. 물오리 헤엄치는 날개짓에 따라 물에 빠진 하현달이 출렁거린다. ‘동변동’ 뒷산 도토리나무들도 새움을 밀어내며 한해의 역사를 시작하고 있다. 아침마다 강가의 봄 풍경과 마주할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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