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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오냐 키웠더니 떼쟁이 공화국 됐다"… 스웨덴 반성

죽장 2014. 2. 13. 13:57

[2014.2.13, 조선일보]

"오냐오냐 키웠더니 떼쟁이 공화국 됐다"… 스웨덴 반성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근교의 교사 이다마리아 린드로스(31)는 학생에게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라'고 지시했다가 받은 수모를 잊지 못한다. 그 아이는 대뜸 "선생님은 제 상사가 아니에요. 제가 할 일을 선생님이 지시하지 마세요" 하고 대꾸했다. 이 사건을 겪은 뒤 린드로스는 두 자녀에 대한 교육 방침부터 바꿨다. 필요할 때는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안 된다"고 말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에서 선망 대상인 '스웨덴식 육아법'이 정작 본국에선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스웨덴 정신과 의사 다비드 에버하르드가 최근 출간한 책 '어떻게 아이들이 권력을 잡았나(How Children Took Power)'가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 보도했다. '자율적 교육으로 스스로 책임감을 기르게 한다'는 것이 스웨덴식 육아법의 핵심이다. 하지만 에버하르드는 "스웨덴은 버릇없는 아이들 때문에 '떼쟁이 공화국'이 되고 있으며, 이는 아이나 사회에 모두 해를 끼친다"고 주장했다.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찡그리고 있는 스웨덴 아이.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찡그리고 있는 스웨덴 아이.“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자율적으로 키우는 스웨덴식 육아법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치고 있다”고 주장한 스웨덴 정신과 의사 다비드 에버하르드의 책‘어떻게 아이들이 권력을 잡았나’가 스웨덴에서 찬반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블룸버그
저자가 전하는 스웨덴의 교권 추락은 한국의 '교실 붕괴'와 비슷하다. 스톡홀름의 유치원에서 선반에 자꾸 올라가는 네 살짜리 아이를 선생님이 제지하자, 아이는 '퉤' 하고 침을 뱉었다. 욕설을 하며 다투는 일곱 살짜리 남자아이 두 명을 말리던 학부형은 아이들로부터 욕을 먹고 "당신 일이나 신경 쓰라"는 말을 들은 뒤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게임을 하는 아이의 스마트폰을 압수한 교사는 나중에 학부모로부터 "왜 우리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느냐"는 항의를 받았다. 스웨덴은 지난 1979년 세계 최초로 학생 체벌을 전면 금지한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스웨덴의 아이 중심 교육은 지나칠 정도로 나갔다. 굳이 매를 들지는 않더라도, 권위적인 부모의 지도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스웨덴은 '육아 천국'이다. 스웨덴 아이들은 1세 때부터 공립 보육원에 다닌다. 부모들은 최장 480일까지 육아 휴가를 쓸 수 있다. 이 가운데 6개월은 유급 휴가다. 덕분에 스웨덴의 출산율은 지난 1960년부터 50년간 1.9~2.2명을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출산율이 6.2명에서 1.2명으로 떨어진 것과 대조적이다.

'가정의 중심은 부모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 전체' '폭력과 고함 금지' '7세 이전에는 글 읽기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스칸디나비아식 양육법 10계명'이 지난 2012년 더 타임스를 통해 보도된 이후, 스웨덴식 교육은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관련 서적이 5~6권 쏟아졌다.

한국·스웨덴 출산율 추이.
하지만 무조건 '오냐오냐' 하고 키우는 '아이 최우선 정책'이 아이들의 '방종'을 불렀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에버하르드는 "어리광을 부리며 자라난 스웨덴 아이들은 사회적 스트레스에 쉽게 좌절하거나 학습 능력 저하와 우울증, 자학적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학생 평가 프로그램인 피사(PISA) 테스트에서 스웨덴의 국가 등수는 줄곧 하락세다. 수학은 지난 2000년 16위에서 2012년 38위로, 읽기 분야는 10위에서 36위로 각각 떨어졌다.

저자의 주장은 스웨덴에서 격렬한 찬반 논란을 불렀다. 스웨덴 교육 전문가 요나스 힌넬스트란드는 "스웨덴의 탄탄한 공공 보육 시스템 때문에 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는 나라가 키우는 것'이라는 무임승차 심리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부모와 아이의 정서적 유대감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출신의 정보 전문가 이언 발드는 "스웨덴 아이들이 많은 결정권을 갖는 건 단점이 아니라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