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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받으면 남 때리고 싶다"는 중학생들

죽장 2013. 7. 23. 11:05

[2013.7.23, 조선일보]

"스트레스 받으면 남 때리고 싶다"는 중학생들

-초중고 인성지수 첫 개발·검사
분노·스트레스 조절 어렵고 타인·공공기관 등 신뢰 안해
"정직하면 나만 손해" 생각도
學暴 발생률 높은 중학생, 인성 수준도 가장 떨어져… 교육부, 올해부터 매년 조사


	초·중·고교 학생들 인성 수준 비교.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중에서 중학생의 인성(人性) 수준이 가장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동안 중학생은 다른 나이에 비해 학교 폭력 발생률이 높고 장래 희망이 없다는 응답도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인성 지수를 통해 그것이 확인된 셈이다.

교육부는 최근 경희대 지은림 교수팀에 용역을 의뢰해 '인성 지수'를 개발했다. 민간 테스트는 이미 다양하게 있었지만 우리나라 학생들 상황에 맞춰 인성 수준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수를 정부가 개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개발한 '인성 지수'는 도덕성(20개)·사회성(23개)·정서(17개) 등 세 영역에 해당하는 질문 총 60개를 통해 조사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매년 인성 지수 검사를 꾸준히 해나가기로 했다.

중학생, 왜 인성 수준 낮은가

지은림 교수팀이 올 5월 전국의 초·중·고교생 2782명을 대상으로 인성 지수 검사를 시범 실시한 결과 초등학생의 인성 수준(4점 만점에 3.29점)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다음이 고등학생(3.16점)이고, 중학생(3.05점)이 가장 낮았다. 연구진은 3점 이상이면 인성이 긍정적, 3점 이하면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중학생도 평균적으로 인성이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학년에 비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내가 화가 났을 때 다른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나쁜 일이다'는 문항 점수가 초등학생(3.42점)이 가장 높고, 중학생(3.20점)이 가장 낮았다. 전체 60개 문항 중에서 3점이 안 되는 문항이 초등학생은 4개에 불과한데, 중학생은 20개나 된다. 고교생은 15개였다.

지 교수는 "중학생들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기고 굉장히 혼란스러운 시기인데, 우리나라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 기회가 없다"며 "발달 과정의 특징과 우리나라 교육 환경이 접목된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알면서도 실천 안 하는 학생들

이번 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도덕이나 사회성에 관한 지식은 높은데, 실천은 매우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중학생들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중요하다'(3.43점), '친구를 따돌리는 것은 나쁘다'(3.42점) 등 도덕 지식을 측정하는 점수는 높다. 하지만 '길에 떨어진 돈을 주워서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산다'(2.43점), '숙제할 때 친구 것을 베끼거나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그대로 적어낸 적이 있다'(2.30점)처럼 실천하는 문항 점수는 낮았다.

정서 영역만 따로 보면 초·중·고교생 모두 자기 분노나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 영역 질문 17개 중에서 가장 점수가 낮은 것이 '나는 화가 나면 주체할 수가 없다'(초·2.90점),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하거나 때리고 싶다'(중·2.80점), '나는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고·2.82점)처럼 스트레스 조절과 관련된 문항이다.

지 교수는 "여러 연구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외국 학생들에 비해 커갈수록 타인이나 공공기관, 미디어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스트레스 수준은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며 "남을 못 믿으니 '정직하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교육부 유은종 인성체육예술교육과장은 "학교 폭력 대책으로 인성 교육을 진행해왔지만 정작 우리나라 아이들의 어떤 부분 인성이 부족한지 알기는 어려웠다"며 "앞으로는 인성 지수 검사 결과를 정책 개발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