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푸른 5월이 그립습니다

죽장 2011. 5. 3. 16:52

푸른 5월이 그립습니다


          5월입니다.

          산천이 푸르고, 마음이 푸릅니다.

          푸른 오월입니다.


  나는 고향 선산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녔다. 지금도 눈 감으면 청보리밭 푸른 물결이 선산앞들을 가로질러 다가온다. 피래미, 송사리떼 노니는 감천에는 언제나 푸른 물이 흘렀다. 그 곳에서 내 청운의 꿈도 여물어갔으니, 나에게 있어 고향은 온통 푸른색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소를 몰고 들판으로 나갔다. 시간이 많은 일요일에는 망태를 찾아서 메고, 꼴을 베러 나갔었다. 농사꾼 부모님을 돕는 이 일은 산과 들에 풀이 파릇하게 돋아나오기 시작하는 이른 봄부터 단풍으로 물드는 가을까지 계속되었다.

  최근 어릴 때 떠났던 고향을 찾았다. 추억의 길을 더듬어 마을 앞 들판으로 나갔다. 맑은 물이 흐르던 시내는 간 곳이 없고, 소를 몰고 거닐었던 푸른 언덕에는 삭막한 바람이 자리잡고 있다. 마음 따스한 사람들이 살았던 푸른 고향이 아니라 낯설고 물선 타향 객지이다. 갑자기 내 스스로가 이상해져서 내려다보니 나는 어느 새 쓸쓸한 이방인이 되어 있다.

  예전의 고향이 아니었다. 마을 앞으로 자동차 전용도로가 만들어졌고, 맑기만 하던 시냇물이 탁해지면서 고깃떼도 사라져갔다. 하기사 철부지 코흘리개였던 나도 나이를 먹으면서 이렇게 변했는데 무엇인들 변하지 않으랴.

  부드러운 생명의 흙을 버리고 도시문화를 선택하면서 사람사이도 시멘트처럼 딱딱해졌다. 들꽃을 보며 걸었던 희망의 길을 포기하고 넓게 포장된 아스팔트길을 자동차로 달리면서 다투어 무한경쟁의 길로 접어들었다. 선택의 여지없이 변하는 환경을 따라서 사람의 마음도 변하고 말았다. 변해버린 자연, 변해버린 마음을 본래의 위치로 돌이킬 수 없는가?


          푸른 들판으로 소를 몰고 나가고 싶어요.

          시냇가에서 피라미, 송사리를 쫓고 싶어요.

          내 고향, 푸른 오월을 되찾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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