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2.1, 조선일보]
[기고] 애플과 구글이 사는 법
오종훈, 포스텍 기술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언론 보도만 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애플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한 판 대결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건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이다.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거대 한 에코시스템의 대결에
우리 하드웨어업체들은 단지 참여자일 뿐이다.
대세는 기술플랫폼을 소유한 애플과 구글의 한판 대결로,
한국 기업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한때 세계 시장의 선두인 노키아를 추격하던 우리나라 대표기업들이 왜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쳤을까?
통신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초고속·무선 인터넷의 선진국이라던 위치 역시 이제 초라해졌다.
세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의 시발점이었던 싸이월드는 지금 어떤 형편인가?
우리의 부진에 대한 진단도 갖가지다.
소프트웨어 기술이 약하니 소프트웨어에 매달려야 한다,
콘텐츠가 약하니 콘텐츠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작은 시장, 적은 인구에서 언제 그것을 키워서 앞서 나 가겠는가?
한국이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과 주도권을 잃은 것은 생태계의 경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세계적 선도기업들은 핵심 경쟁력이 자기 회사가 아니라
자신들과 협력하는 파트너들과의 시너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의 경우,
하드웨어의 경쟁력만으로는 결점이 많고 그보다 더 좋아 보이는 제품도 있다.
하지만 앱스토어 내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의 양과 질 차이는 날로 더 커져간다.
이 추세가 경쟁력에 계속 그대로 반영되면 앞으로 어찌 될지 자명하다.
애플의 임직원들을 만나서 직함과 소속들을 보면 특이한 부서와 직책이 많다.
세계개발자관계담당, 메이드포아이포드, 웍위드아이폰, 심지어 애플선교사란 직책도 있다.
에코시스템 내의 다른 기업 들과의 관계를 맡고 있는 부서 이름이나 직책들이다.
직원 상당수가 전담으로 생태계의 참여자들을 위해 일하고,
다른 직원들도 생태계의 참여자들과 같이 일하는 문화에 익숙하다.
구글이나 페이스 북과 같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을 전담하는 부서나 임직원을 보았는가?
아마 그런 명함을 가진 직원이 있다면 좌천된 걸로 오인받을 것이다.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다시 도약할 기회를 잡으려면 생태계의 문화를 배워야 한다.
생태계의 경쟁력이 나의 경쟁력이라는 것을 안다면 그 참여자들은 나의 귀빈들이다.
내가 잘 대접하지 않으면 당 연히 경쟁자의 생태계로 떠나 버릴 것이다.
플랫폼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개발자들도 귀빈으로 대접한다.
선도기업들의 개발자로 등록해 본 경험이 있는 개발자들은
그들이 얼마나 세심하게 자신의 생태계 참여자들을 대접하는지 경험한다.
단지 자국의 기업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말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갑의 위치를 즐기는 사이에
외국의 경쟁자들은 한국의 능력 있는 파트너들을 자기 진영으로 모시고 있다.
생태계 경쟁의 이치를 깨닫지 못하면 지금 아무리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 도 앞길이 난망하다.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필요한 이유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생태계의 소유자가 되려면
내가 가진 기술플랫폼과 상대의 것을 비교하기 전에 우리 회사가 생태계 참여자들에게 어떻게 봉사하여
그들의 마음과 지지를 얻을 준비가 되어 있는 가를 살펴야 한다.
'강의 원고와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평균수명 종교인 가장 길고, 언론인 가장 짧다 (0) | 2011.04.04 |
---|---|
한국 청소년들의 행복감은? (0) | 2011.03.07 |
선장, 일어나시오 (0) | 2011.01.31 |
갤럭시S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0) | 2011.01.27 |
고독한 황제 (0) | 2011.0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