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추천 문학작품

동서커피문학상 수상시 "달걀 껍데기"

죽장 2010. 11. 18. 11:11

달걀 껍데기


신상숙


어머니는 닭 사료 한포를 십리 밖에서 머리에 이고 오셨다


닭장에서 암탉이 울 때마다

따뜻한 달걀이 하나 둘 모였다

아버지 밥상에 달걀 찜 한 탕기

출근하는 아들에게 따끈따끈한 수란이 오르고

오일장 서는 날마다 항아리 속에 달걀은

짚 꾸러미에 묶여 노루목을 넘었다  

부모님의 편애에도

나는 달걀 반찬 한번 넘보지 않았고

달걀 양쪽에 구멍 내고 후루룩 마시는

오빠에게 껍질이 깨지지 않게 해 달라고 했다

내 몫으로 남은 부뚜막에 빈 달걀껍데기 하나

생쌀 넣어 화로 불에 올려놓으면

보글보글 김이 들썩들썩거린다

껍데기를 가득 채운 노릇노릇 고소한 달걀밥

그 밥이 고소한 건

암탉의 울음으로 만든 매끄러운 껍질 속에

어린 계집애의 작은 눈물이 고여 있기 때문이다 

계집아이라는 연약한 껍데기

요즘도 그 껍데기가 관악기 되어

맘속에서 자꾸 바스락 거린다.

'초대.추천 문학작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車판매왕이 된 꼴찌  (0) 2010.11.23
후회  (0) 2010.11.19
아흔을 눈앞에 두고 보니  (0) 2010.11.12
  (0) 2010.09.29
문간방 사람  (0) 201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