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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달라진 位相을 다시 세계에 보여주자

죽장 2010. 11. 11. 16:54

[2010.11.11. 조선일보 사설]

대한민국의 달라진 位相을 다시 세계에 보여주자

오늘 서울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맞춰 세계의 눈길이 서울로 쏠리고 있다.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G20 회의는 스포츠의 제전(祭典)과는 성격이 다르다. 세계 경제의 틀을 짜는 자리다. 서울회의에서는 G20 회원국과 각 지역 대표로 초청된 5개국, 유엔·IMF(국제통화기금)·세계은행·국제노동기구 등 7개 국제기구 대표 등 정상급 인사 33명이 한 테이블에 앉아 환율 문제와 무역불균형, 금융안전망 구축, 개도국(開途國) 지원 방안 등 세계의 현안을 논의한다.

각국 대표단 4000여명,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외신 기자 1700여명 등 모두 1만여명이 서울을 찾는다. 각국 정상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은 G20 회의와는 별도로 수십 차례의 양자(兩者) 회담을 갖는다.

G20은 세계 금융 위기의 산물(産物)이다. 1998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는 1999년 G20 재무장관 회의를 낳았고, 2008년 9월 미국발(發) 금융위기에 부딪힌 세계는 그해 11월 워싱턴에서 첫 G20 정상회의를 가졌다. 대한민국은 1998년 외환위기 때 IMF 긴급 구제 금융 덕분에 국가 부도(不渡)를 가까스로 넘길 수 있었다. 그 대한민국에서 세계 주요국 정상들과 세계 기구 수뇌들이 모여 세계 경제의 새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를 논의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에 속하지 않은 나라 중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민국이 작년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올라선 데 이어 또 다른 변신을 세계에 피력(披瀝)하는 자리다.

우리는 1988년 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냄으로써 세계의 중심으로 한 발자국씩 다가서곤 했다. G20은 한국에서 열렸던 APEC(아태경제협력체) 정상회의,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과는 규모와 차원이 다르다. APEC과 ASEM이 지역 협력에 초점이 맞춰진 회의라면 G20은 세계의 기본 질서를 다루는 협의체다. 대한민국은 주최국으로서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나라들 사이의 이해관계·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이번 회의가 대한민국의 리더십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가 되게 해야 한다. 앞으로 동북아 다자(多者) 안보, 한반도 평화, 북핵 등 현안을 풀어 가려면 G20 같은 세계 중심 무대에서 외교 역량을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많은 한국인은 한국이 세계 경제의 주역으로 떠오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도 G20 서울회의에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협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