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

南冥과 退溪

죽장 2010. 10. 1. 17:10

남명과 퇴계


경상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조순


  "나는 비단으로 한 필을 짜다가 완성치 못해 세상에 쓰이지 못했지만 퇴계는 삼베를 짜다가 한필을 완성해서 세상에 쓰였다" 라고 한 남명은 퇴계와 자신을 비교하여, 후에 두 학파의 문인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남명 조식(1501~1572)과 퇴계 이황(1501~1572)은 같은 해에 같은 경상도에 태어나 같은 길을 걸어갔지만 처세방법은 완연히 달랐다.


  율곡 이이가 퇴계의 학문에 대해 평하기를 "학문은 의리가 정밀하여 한결같이 주자(朱子)의 가르침을 따랐고 학설에 절충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고 하였으며, 성호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퇴계를 바다에, 남명을 산에 비유한 적이 있으며, 퇴계의 영남좌도를 인(仁)에 남명의 영남우도를 의(義)에 대비하여 지역적 특성을 말하였다.

  남명은 일평생 처사로 일관된 삶을 견지 했던 인물로 당시 주자학은 물론 양명학, 노자, 장자, 병법, 의학 , 산수, 궁마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침잠하여, 당시 주자일변도의 학풍에서 이단으로 몰리기도 하였다. 또 수양방법에서도 성성자라는 방울과 경의검 이라는 칼을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철저한 반궁실천을 통해 당시의 잘못된 국정에 대하여 상소를 통한 비판을 가하였다.


  두 사람은 영남 좌,우도를 대표하는 종장(宗匠)이었지만, 한번도 만난 적이 없고 서신만 몇 차례 왕래하였다. 안동권 소백산 아래에서 학통을 이끌었던 퇴계는 정계에도 진출하여 많은 친구들과 제자들을 통해 그의 학문과 너그러운 인품으로 교화시켰으며, 동방의주자라고 칭송될 정도로 성리학의 이론분야에서 많은 저술을 남겼다. 진주권 지리산 아래에서 영남 우도의 학통을 이끌었던 남명은 초야에서 학문연구와 제자양성을 통하여 그의 실천적인 학문을 계승시켜 임란시에 망우당 곽재우, 내암 정인홍 등 많은 의병장을 배출하였다. 두 사람은 서로 경모했지만 다른 한편 라이벌 의식도 대단하였던 것 같다.


  이는 퇴계의 처가가 김해인데 그곳은 남명이 거주한 곳에서 가까이 있었지만 만나지 않은 것을 보면 두 사람 간에 은근한 자존심 대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남쪽의 영남 땅을 왕래할 적에 일찍이 귀댁의 소재가 삼가(三嘉)와 김해에 있다는 것을 들었지만 한번도 만나지 못했으니(퇴계), 평생 마음으로만 사귀면서 지금까지 한번도 만나질 못했습니다(남명)


  퇴계는 정계 학계 등에서 두루 인맥을 형성, 그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었다. 그러나 남명은 인조반정 후 광해군 당시 대북정권을 주도한 그의 문인들이 몰락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생존시에 대등하였던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인조반정의 서인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폄하되고 왜곡 되어 왔고, 일제시대에는 의병의 아버지라 불리는 남명에 대해 일본인학자와 친일학자(사실은 친일이라는 용어보다는 부일(附日)이라는 용어가 정확한 표현임)에 의해 또한 그러했다.


  안동에 있는 국학진흥원에 가면 조선시대 이론유학(理論儒學)의 퇴계(이황), 정교유학(政敎儒學)의 율곡(이이), 실학유학(實學儒學)의 다산(정약용) 등의 동(銅)으로 된 형상이 있다. 그러나 실천유학(實踐儒學)의 남명(조식)의 동상(銅像)은 없다. 조선의 4대 유학이 이론, 실천, 정교, 실학유학인데 우리 스스로 유학의 다양성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는지 깊이 생각해 볼일이다.


  역사의 인물은 항상 햇볕과 그늘의 양면성이 있다. 우리역사에서 이제 우열의 논쟁은 아무런 의미도, 도움도 되지 않는다. 영남은 여말 포은 정몽주와 야은 길재로 계승되는 사림세력의 본거지로 한국 정신문화의 중심역할을 해온 자랑스러운 곳이다. 조선시대 중기에 퇴계와 남명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배출되어 현재까지도 그들의 영향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녹아있다. 퇴계가 있기에 남명이 있고 남명이 있기에 퇴계가 있듯이, 두 사람이 함께해야 그들도 우리도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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