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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혁명 50주년 아침, 북한 민주혁명을 생각한다

죽장 2010. 4. 20. 16:18

[2010.4.19 조선일보]


4·19혁명 50주년 아침, 북한 민주혁명을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1945년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된 지 반(半)세기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함께 성취한 기적의 역사를 만들었다. 2차대전 이후 독립한 100여개국이 넘는 나라 가운데 이 두 가지 과제를 모두 달성한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1945년에서 1960년 사이에 식민지로부터 탈출한 대부분의 국가 는 지금도 민주화와 산업화의 양대(兩大) 장벽 앞에 또는 민주화나 산업화의 어느 한 가지 장애물 앞에 주저앉아 아직도 질병과 기아의 전근대적 빈곤에 갇혀 있거나, 폭력적 정변(政變)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19혁명은 신생국가(新生國家) 대한민국이 독재의 허들을 넘어 민주화 길을 걷도록 일으켜 세운 시발점(始發點)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한민국이 4·19 이후 안정적인 민주 정권을 정착시키지 못하고 이듬해 5·16 군사쿠데타와 만나게 된 것을 두고 4·19를 '미완의 혁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4·19에 이은 5·16은 민주화와 산업화의 우선순위를 선(先)민주화에서 선(先)산업화로 교체했을 뿐 대한민국은 민주화가 유보된 산업화 과정에서도 민주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계속 보존해 왔다.

  4·19 당시 국민총생산(GDP) 40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에 지나 지 않던 우리 경제는 산업화를 거치며 국민총생산 8300억달러, 1인당 소득 1만7000달러로 성장했다. 80년대 들어 대한민국은 이 경제적 토대 위에서 젊은이들이 4·19혁명을 통해 싹 틔웠던 민주화의 불씨를 되살려 민주화를 달성해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된 현대 산업국가로 거듭나는 그 기간 동안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사이비(似而非) 종교 이념으로 북한 동포를 얽어매고 김일성-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봉건적 세습독재를 이어가면서 2400만 북한 동포를 굶주림과 폭력의 생지옥 속에 몰아넣었다.

  4월 19일 아침에 북한의 민주혁명을 떠 올리는 것은 '북한의 4·19'만이 수용소를 허물고 북한 동포를 구출할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첫 걸음이 되리라는 사실이 갈수록 더욱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김일성 일족(一族)의 세습독재는 결코 독재자 스스로 막(幕)을 내리지 않는다. 안에서 들고 일어나고 밖에서 두드리는 두 힘이 호응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