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토루와(Rotoura) 시가지를 벗어나 원시림을 한시간 가량 달리니
거대한 호수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른바 지름 42km의 타우포(Taupo)호수이다.
갑자기 운전기사가 탄성을 울리며 손가락질을 한다.
일제히 손가락 방향을 바라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호수 건너 흰 구름 아래 보이는 것이 있다.
만년설!
가이드는 정말 운이 좋다고 너스레를 떤다.
미리 약속이 되어있는 배에는 사람좋게 보이는 뱃사공이 기다리고 있다.
내미는 종이에 서명하는 것으로 낚시면허를 받은 게 된다고 한다.
배는 잔잔한 호수를 미끄러져 나간다.
만년설이 점점 가까워온다.
어군탐지기가 설치된 탓인지 미끼도 없는 낚싯대를 담근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팔뚝만한 송어가 두 마리나 낚였다.
가져간 소주를 목구멍에 털어넣고
즉석에서 껍질을 벗기고 대충 칼질한 송어살점 한토막을 씹었다.
기막힌 맛을 뭐로 표현하랴.
또 한마리가 올라왔다.
뱃사공은 단호하게 호수로 돌려보내고는 시동을 걸었다.
꽁무니에 흰물결을 이끌고 앞으로 내닫는다.
내려다보고 있는 만년설을 뒤로하니
타우포호수의 물결이 가슴에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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