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 머지 않았다
"생각하면 움직인다. 전신마비 환자에게 희망의 빛이"
상상하라, 그러면 움직일 것이니!’
생각만으로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게 할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미국 피츠버그대 의대 앤드류 슈바르츠(Schwartz) 교수 연구팀은 ‘네이처’지 29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실험용 원숭이들이 뇌파 신호로 로봇 팔을 움직여 간식을 집어먹게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실험에 사용된 원숭이 두 마리는 뇌 전두엽 뒷부분에 위치한 1차 운동피질에 머리카락 굵기의 가느다란 탐침(探針)들이 꽂혔다. 1차운동피질은 신체의 근육 활동을 통제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원숭이는 두 팔이 묶여 있어 움직일 수 없다. 그렇지만 눈앞에 간식이 있으면 어떻게 하든 몸을 움직여 간식을 집으려 한다. 뇌에 꽂힌 탐침은 이때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포착한다. 이 신호는 컴퓨터 해석과정을 거쳐 로봇 팔에 전달돼 원숭이의 팔 대신 간식을 집게 만든다.
실험 결과 간식의 위치를 달리 해도 로봇 팔은 그 위치를 정확히 찾아갔다. 이번 실험의 성공률은 6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기술이 사람에게 적용되면 팔·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슈워츠 박사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당면 목표는 전신마비 환자들을 위한 인공 장비를 개발하는 것”이며 “궁극적 목표는 뇌의 복잡성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만으로 2003년 미국 듀크대 미겔 니콜렐리스(Nicolelis) 교수 연구진은 처음 성공했다. 연구진은 먼저 원숭이에게 조이스틱을 조작해 건너편 방에 있는 로봇 팔을 움직여 바나나를 집어오게 하는 훈련을 시켰다. 이때 미리 원숭이의 뇌에 미세전극을 심어 원숭이가 로봇 팔을 조작할 때 나타나는 전기신호를 파악했다. 이후 조이스틱이 없어져도 원숭이의 뇌에서는 전처럼 로봇 팔을 조작하는 전기신호가 나왔다. 이를 로봇 팔에 전달함으로써 원숭이가 원하는 대로 바나나를 집을 수 있게 됐다.
사람이 생각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이탈리아 여러 대학의 공동연구팀인 ‘뉴로매스(neuromath)’는 전극이 부착된 모자를 사람의 머리에 씌우고 손가락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전극은 이때 뇌파의 변화를 감지, 따로 떨어져 있는 로봇 팔에 전기신호를 전달하고, 로봇 팔은 그에 맞춰 손가락을 움직였다. 로봇 팔이 주먹을 쥐거나 펴고, 손가락을 흔들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또 2006년 미 워싱턴대의 라제시 라오(Rao) 교수팀은 사람이 생각만으로 인간형 로봇을 조종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뇌파 신호를 감지하는 모자를 쓰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특정 색의 나무조각을 선택하게 했다. 원하는 색의 나무조각을 보면 뇌에서 강한 뇌파가 발생한다. 이를 감지해 로봇에게 전달했다. 인간형 로봇에는 작은 나무 조각을 집어 올려 이동시키는 동작을 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돼 있었다.
실험 결과 원하는 색의 나무조각을 로봇이 집어 올리는 데 94%의 성공률을 보였다. 이 연구가 발전하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생각만으로 로봇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다
[2008.5.30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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