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생각

"나는 샌드백 같다, 학부모도 무섭다"

죽장 2014. 3. 17. 11:37

[2014.3.17, 주간조선]

"나는 샌드백 같다, 학부모도 무섭다"

 

“‘힘들다’고 말하면 ‘교사만큼 좋은 직업이 어디 있느냐’는 핀잔만 듣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교사들이 자살했다는 기사도 요즘 자주 나옵니다. 주변에서 그냥 개인적으로 신변을 비관한 자살이라고 결론 짓는 것 같지만 제 생각에 교사의 자살은 ‘교사’이기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사가 된 지 10년이 넘은 중학교 현직 교사 김재익(가명)씨는 지난 3월 10일 점심,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물잔을 만지작거리며 손에서 놓지 않았다. 김씨는 “요즘 들어 밥만 먹으면 술이 마시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서울 강남의 모 중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중학교에서는 지난 2월 28일 체육 교사 이모씨가 학교 체육관에서 목을 맨 채로 발견됐다. 몇 번이고 익명을 요구하며 “가급적 돌아가신 분에 대해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한 김씨는 “슬픔보다는 씁쓸한 마음이 더 컸다”고 말했다.

“교사도 감정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집단 상담을 받은 교사들은 서로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숨진 이모 교사는 기러기아빠였다. 6년 전부터 캐나다로 떠난 가족을 그리워하던 이씨는 늘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수업은 기본이고, 학교 농구부 감독으로 일하다가 재작년부터는 생활지도부장까지 맡았다. 최근에는 건강이 좋지 않아 휴직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지만 반려됐다고 한다. 이씨의 집에서는 ‘생활지도부장 X’ ‘농구감독 X’ 등 이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이날 김씨는 대학 후배인 또 다른 현직 교사 이연숙(가명)씨도 데리고 나왔다. 이씨는 작년까지 경기도 성남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있다가 휴직계를 냈다. 아예 퇴직하고 싶었지만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남들은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두느냐고 하지만,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위해서 그만뒀어요.”

 

이씨는 요즘 신경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이씨가 가져온 의사 소견서에는 ‘절대 안정이 필요’ ‘필요한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권장’ 등의 글귀가 적혀 있었다.

김씨는 “이 선생님의 자살 이후 서로 말은 안 하지만, 교사들이 일종의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는 것 같다”고 말했다. “회식하고 집에 돌아가다가 서로 늘 나오는 얘기가 ‘요즘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 그런데 진짜 힘들어서 자살한 분이 눈앞에 있어 봐요. 저마저도 삶의 의욕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 최근 들어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들어서만도 확인된 교사의 자살 사건이 모두 5건. 지난 2월 11일, 경북 문경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수업 도중 학교에서 30㎞ 떨어진 낙동강으로 가 투신 자살했다. 2월 19일 대구 수성구 한 야산에서는 중학교 교사가 나무에 목을 매 숨진 것을 인근 학생들이 발견해 신고한 사건도 있었다. 민주당 유은혜 의원(경기 고양 일산)이 2012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한 교사는 2004년 7명이던 것이 2009년에는 16명, 2011년에는 31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4년(2008~2011년) 동안 73명에 달한다.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비례대표)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정신 질환으로 휴직하거나 면직된 교사는 2009년에는 61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112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도대체 교사들이 왜 이렇게 힘들어할까.

 

김성기 협성대 교수와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이 2012년 말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 ‘초·중등 교원의 명예퇴직 사유 분석’을 보면 “최근에 명예퇴직을 할 것인지 고민해 본 적 있다”고 말한 교사가 전체의 63.6%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명예퇴직 이후에 교육 관련 직업에서 계속 종사하고 싶다는 의견은 30.7%(교육 관련 개인사업 16.0%, 관련 기관 재취업 14.7%)에 불과했다. 이 통계만 놓고 보면 교사들에게 교편은 평생직장도 아닌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른바 ‘추락한 교권’이다. 지난 3월 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가 발표한 ‘2013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서 인용한 작년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한 교권침해 건수는 무려 1만9844건에 달한다. 교총이 지난 한 해 접수한 교권침해 사례만 해도 394건. 2009년의 237건에 비해서는 60%, 2012년의 335건에 비해서는 17.6% 증가한 추세다. 이 중 ‘학생·학부모 등에 의한 부당행위’가 154건으로 전체의 39.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생지도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 등 피해’가 115건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체벌에 대한 학부모의 폭언 등 피해’가 27건, ‘학교운영과 관련한 학부모 및 인근 주민의 부당한 요구’가 12건 순으로 나타났다.

 

교사가 된 지 3년이 되는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권정희(가명)씨는 아직도 지난 겨울 일만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6학년 담임을 맡은 권씨는 남학생 5명이 SNS를 통해 음란물 동영상을 돌려보는 것을 목격하고 스마트폰을 압수했다. 그리고 반성문을 쓰게 했는데, 그날 밤 권씨의 자취방에 40대와 50대 남성 두 명이 찾아와 줄곧 현관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밖에서 뭐라고 소리 지르는데, 누군지는 모르겠고 무서우니까 무조건 112에 신고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112와 딱 연결이 됐는데 ‘신고하면 죽인다’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전화를 끊은 권씨는 밖에 서 있는 남성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날 폰을 압수했던 민규(가명) 아버지와 삼촌이라고 했어요. 당장 폰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권씨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두 사람은 집으로 쳐들어와 권씨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뺨을 한 대 맞았는데, 아프다기보다 무서웠어요. ‘어디 가서 맞았다고 하면 그땐 정말 죽는 줄 알아’라고 협박도 당했지요.”

그때부터 교실에 들어가는 것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는 권씨는 결국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학년부장인 김경옥(가명·44)씨가 권씨에게 도움을 줬다. 김씨는 교편을 잡은 지 20년이 다 돼가는 베테랑 교사다. 그런 그도 “요즘 학생들을 다루는 일이 쉽지 않다”며 권씨에게 정신과 상담을 권했다. “얼마 전부터 개인적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가기 시작했어요. 저도 소개를 받았는데, 교사들이 알음알음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가 있거든요. 이분이 맡고 있는 교사만 해도 10명은 넘을 거예요.”

 

김경옥 교사에게 소개를 받아 권씨를 치료해 주고 있는 의사 권모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의사 권씨는 “환자의 진료 상황을 알려 드릴 수 없다”고 단호하게 인터뷰를 거절하면서도 “누구도 교사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고 보살피지 않는 현실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사 스스로도, 학생도 교사를 우습게 보죠. 여기 오는 교사들은 굉장히 자주 ‘나는 샌드백 같다’ ‘나는 그저 교육 공무원일 뿐’이라며 자조해요.”

지난 2011년 10월,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2006년 담임을 맡았던 반에서 학생을 나무라다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경험 때문에 생긴 우울증이었다. 교사의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교사의 자살을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학부모의 폭언과 막말, 학생들의 무례한 태도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무상 스트레스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교권이 추락하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제 역할을 못하게 됨에 따라 교사의 권위도 덩달아 추락했다. 학교가 교육기관이 아니라 다음 단계 학교의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변질된 탓이 크다. 그러면서 교사들도 교육자가 아니라 ‘교육 서비스 제공자’로 위상이 절로 떨어졌다.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재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교사 위상 지수(Teacher Status Index 2013)’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이 ‘교사를 존경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11%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 국가 21개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5년 전 중학교 국어 교사가 된 권민정(가명·30)씨는 자신이 존경받는 ‘선생님’이라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돈 주고 물건 살 때 매장 점원에게 하는 것처럼, 교사에게도 비슷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점원을 무시하는 고객들이 있는 것처럼, 학생들이 교사를 무시하는 일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을 지경이에요.”

 

자신을 무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두려움의 대상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교사 생활 23년차인 베테랑 중학교 교사 김명희(46)씨는 수년 전 학교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이 난다. “학교 일진 짱인 3학년 남학생을 강제전학 보냈는데, 얘가 어느 날 학교에 나타난 거예요. 누가 자기 여자친구인 1학년 여학생에게 정학 결정을 내렸느냐며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죠. 여학생이 담배를 자주 피다 정학을 당했는데 정학 결정을 내린 선생님을 찾아 복수를 하겠다는 겁니다. 몸집이 산만 한 놈이 복도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문을 걷어차는데 아무도 교무실 밖으로 나가지 못했죠. 둘러보니까 전부 여선생님들이라 사태를 해결할 힘도 의지도 없는 거예요. 결국 112에 신고해 경찰을 부르고 나서야 상황이 해결됐습니다.”

 

 

존경받지 못하는 교사들

 

김씨는 “당시 동료 여교사들끼리 두려움에 떨면서 서로 쳐다보며 느낀 것은 집단 무력감이었다”며 “그 사건을 나중에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교사직에 대한 회의가 그때만큼 큰 적이 없었다”고 했다.

권민정 교사는 이제는 “학부모도 무섭다”고 했다. “요즘 학부모 참여 정책이 늘어나고 있잖아요. 학부모가 참관하는 수업이 많아진다든가, 학교 일을 결정할 때 운영위원회에 무조건 물어봐야 한다든가. 그런 일들이 쌓이면서 교사의 소신이나 의지는 거의 관철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권씨가 2012년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자서전’을 쓰게 한 것을 두고 학부모 중 한 명이 강하게 항의한 일이 있었다. “왜 가정사까지 다 쓰라고 하느냐고 항의하더니 나중에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한다면서 고소하겠대요. 결국 숙제 낸 걸 없던 일로 했어요.”

그 후 그 학생이 속한 반에서 권씨는 ‘만만한 선생’이 됐다. “교과서를 읽으라고 해도 학생들이 피식피식 웃고 말아요. 수행평가라고 내줘도 ‘진짜 이번에는 무르지 않을 거예요?’라며 대놓고 묻는 학생도 있었어요.”

 

그러나 다른 교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쉽지 않았다. “특히 젊은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에는 ‘자신의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무능한 교사’라는 딱지가 붙어요. 그러니 알아서 해결해야 해요. 무척 외롭죠.”

정신과 박사 정혜신씨가 대표로 있는 심리상담 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은 지난해 12월 20일, 전국 초·중·고 교사 50명을 상대로 공개 집단 상담을 펼친 적이 있다. 집단 상담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상처와 고통을 솔직하게 펼쳐놓은 교사들의 공통적인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당시 마인드프리즘이 참가 교사들의 집단 스트레스 정도를 확인해 본 결과, 일반 직장인에 비해 우울한 감정(교사 49.8, 일반 직장인 45.9)이나 비관적 사고(교사 47.6, 일반 직장인 45.5) 부분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교사들은 ‘슈드비 콤플렉스(Should be Complex)’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슈드비 콤플렉스’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며 다른 이의 기대에 부응하려 하고, ‘나는 언제나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을 말한다. 정혜신 박사는 전화통화에서 “‘교사는 친절해야 한다’는 등 과도한 슈드비 콤플렉스로 인한 의무감 때문에 교사들의 자존감은 쉽게 깎일 수 있고, 따라서 무력해질 수 있다”며 “학부모의 언어폭력에 상처를 입어도 동료들이 공감해주기보다 냉정하게 조언하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기자는 이번 취재를 하면서 2박3일 동안 11명의 교사와 연락을 했다. 연락이 닿은 교사 모두에게 “‘나는 고립돼 있다’는 문장에 동의하느냐”고 질문을 던져 보았는데 11명 모두 “그렇다”고 응답했다. 23년 동안 수학을 가르쳐 온 박명자(가명·46)씨는 “그저 직장인이기 때문에, 부모가 되기 때문에 떠맡는 짐 외에도, 수십 명의 학생, 수백 명의 학부모, 수천 명의 감시자로부터 오는 부담감을 홀로 떠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문화인류학자 엄기호씨는 지난해 발간된 책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를 통해 교사들이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짚었다. “교사들의 노동구조의 문제는 절대적 시간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노동하는 방식이 조각조각 파편화되어 있다는 데 기인한다. 그래서 교사들의 바쁨은 분주함에 더 가깝다.… 정작 교사의 정체성이 실리는 일들은 오히려 소외된 것이다.”

엄씨는 “교무실은 침묵의 공간”이라면서 “최근에는 자기 수업이나 교육 문제에 대해 동료 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별로 없다고 말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2002년에 초등학교 교사가 된 이은하(가명·35)씨는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 자기 일 하기에도 바쁘다”고 말했다. “생활 지도만 해도 무척 복잡해졌어요. 학교 폭력에 대비하고, 상담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인성 지도도 해야 하거든요. 수업만 해도 창의력 교육이며, 새로운 프로그램 활용하는 거며, 정해진 것들만 다 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해요.”

이씨가 최근에 부장 교사나 교감·교장 등과 나눈 대화는 “무엇을 해야 하나”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뿐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는 해본 적이 없다.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이것저것 덧붙이기만 하니까 시달리는 건 교사들뿐이에요.”

 

교육 방향에 대해서 고민하는 대신 당장의 수업을 준비하고, 학부모 참여 방법을 고민하며 교원 평가에 대비하고, 학생들의 시험 성적을 올릴 방법을 찾는 교사들에게 동료와의 공감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여기에 학생들과의 관계는 더욱 단절되고 있다. 고등학교 국사 교사인 배재림(가명·51)씨는 교사 생활 2년차에 받았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첫 담임을 맡았을 때였는데 솔직히 얼마나 잘했겠어요, 햇병아리 교사가. 그런데도 학기 말에 학생들이 직접 학을 접고 집에서 조금씩 먹을거리를 가져 와서 책거리를 해줬거든요. 그때 학생들이 써 준 손편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교실에는 그런 감동이 없다고 한다. “요즘 학생들에게 학년이 올라간다는 것은 대학에 갈 나이가 가까워졌다는 걸 의미하고, 교사가 바뀐다는 것은 앞에 서 있는 사람이 바뀐다는 것일 뿐이에요. 예전에는 어떤 교사를 만나느냐가 한 해를 결정한다고 하던데, 요즘은 그런 것도 아니에요. 교사와 학생의 교감이 그만큼 줄어들었지요.”

 

이른바 ‘교사의 위기’를 두고 갖가지 분석이 나오지만 일선 교사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다. 지난해 8월 명예퇴직 신청을 했다가 반려된 고등학교 수학교사 조윤태(가명·53)씨는 “교사 사회에서도 이념 논리에 따라 한쪽에서는 무한 경쟁 사회라 그렇다, 한쪽에서는 학생 인권조례 때문에 그렇다 말이 많은데 당장 필요한 것은 원인 분석만큼이나 대안을 마련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교사를 감정노동자로 인정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늘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 하고, 부당하거나 억지스러운 요구에도 침착해야 하는 등 ‘교사의 전형적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일부러 감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은 만큼, 교사 역시 감정노동자로 인정하자는 얘기다. 백화점 판매원이나 스튜어디스 등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로 분류된다. 손준종 한국교원대 교수(교육학)는 “실제로 교육 현장의 교사들을 보면 감정 관리를 위해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인다”며 “교사들을 감정노동자로 인정함으로써 그들의 노력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교수 방법과 교과 내용에만 관심을 기울였다면 앞으로는 교사들에게 필요한 감정적 자질을 형성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이에 따라 교사들의 감정 노동과 관련된 전문적인 상담, 지원책 등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효정 기자 sobor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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