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원고와 자료

길 잃은 사람, 제자리 맴돈다

죽장 2009. 8. 21. 13:41

  방향을 알려 줄 지형지물이 없는 곳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은 원을 그리며 맴돈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확인됐다고 디스커버리 채널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생물 인공두뇌학 연구소 과학자들은 “길 잃은 사람들이 왜 같은 장소에서 뱅뱅 도느냐?”는 대중 과학 TV 프로그램의 문의를 받고 연구에 착수했다.


  이들은 처음엔 많은 사람이 상식으로 여기는 문제 자체를 부정확한 것으로 여기고 사람들이 길을 잃으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똑바로 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6명은 독일의 평평한 숲 지대에서, 3명은 튀니지 남부 사하라 사막에서 몇시간동안 한 방향으로 똑바로 걸어가는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들은 모두 GPS 수신기를 착용해 연구진이 이들의 경로를 분석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많은 사람이 아무리 직선으로 걸으려고 노력해도 결국은 자기도 모르게 왔던 길을 되짚어가며 원을 그리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원을 그리며 맴 돈 사람은 흐린 날씨에 숲에서 걷던 4명과 달이 진 뒤 밤중에 사막을 걷던 1명 뿐이고 해나 달을 볼 수 있었던 사람들은 비교적 직선으로 걸을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꿀벌이나 비둘기 등 많은 동물은 해와 같은 방향 단서가 없을 때면 좁은 원을 그리며 돈다는 연구들이 이미 나와 있지만 이 연구는 사람도 부지불식간에 이런 환경 신호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진은 후속 실험으로 15명의 피실험자에게 눈을 가린 채 똑바로 걷도록 했는데 이들은 지름 20m 미만의 놀라울 정도로 작은 원을 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똑바로 걸으려고 노력하면서 원을 한 방향으로 돌다 때로 반대 방향으로 돌기도 했다.


  연구진이 이 실험에서 입증한 것은 한 가지 가설, 즉 사람은 한 다리가 다른 다리보다 길거나 튼튼하기 때문에 원을 그리게 된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뇌의 착각 때문에 직선에 대한 감각이 원에 대한 감각으로 바뀌어 제 자리에서 뱅뱅 돌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선으로 걷는 것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일지 몰라도 뇌로서는 복잡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에 대해 미국 럿거스 대학의 랜디 갤리스텔 교수는 “놀랍지 않은 것”이라면서 길을 잃고 숨진 하이커들의 대부분은 처음 길을 잃은 곳으로부터 1마일 이내 거리에서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는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