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들깻단
- 정진규
다 털고 난 마른 들깻단이
왜 이리 좋으냐
슬프게 좋으냐
눈물나게 좋으냐
참깻단보다 한참 더 좋다
들깻단이여,
쭉정이답구나
늦가을답구나
늙은 아버지답구나
빈 밭에 가볍게 누운 그에게서도
새벽 기침소리가 들린다.
서리 맞아 반짝거리는 들깻단
슬픔도 저러히 반짝거릴 때가 있다
그런 등성이가 있다
쭉정이가 쭉정이다워지는 순간이다.
반짝이는 들깻내,
잘 늙은 사람내
그게 반가워 내 늙음이
한꺼번에 그 등성이로 달려가는 게 보인다
늦가을 앞산 단풍은 무너지도록 밝지만
너무 두껍다
자꾸 미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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