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추천 문학작품

마른 들깻단

죽장 2009. 7. 15. 08:21

마른 들깻단

 

 

- 정진규


다 털고 난 마른 들깻단이

왜 이리 좋으냐

슬프게 좋으냐

눈물나게 좋으냐

참깻단보다 한참 더 좋다

들깻단이여, 


쭉정이답구나 

늦가을답구나 

늙은 아버지답구나

빈 밭에 가볍게 누운 그에게서도

새벽 기침소리가 들린다.

서리 맞아 반짝거리는 들깻단

슬픔도 저러히 반짝거릴 때가 있다

그런 등성이가 있다

쭉정이가 쭉정이다워지는 순간이다.

반짝이는 들깻내,

잘 늙은 사람내

그게 반가워 내 늙음이

한꺼번에 그 등성이로 달려가는 게 보인다

늦가을 앞산 단풍은 무너지도록 밝지만

너무 두껍다

자꾸 미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