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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

죽장 2005. 10. 11. 10:17

가을이 깊어갑니다.

학교 아저씨가 여름내내 키운 노란 국화가

탁자 위에서 진한 향기를 내뿜는 아침입니다.

 

커피한잔을 뽑아들고 복도를 나섰더니

청설모 녀석이 나무 위에서 뭔가를 씹어대고 있습니다.

몰래 숨어서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갓 단풍으로 물드는 이파리 사이로

파아란 하늘이 달려와 안기는 거 있지요.

눈이 사려 그만 들어왔습니다.

 

이제 조용히 향기나는 글을 읽어야 하겠습니다.

감미로운 음악이 배경으로 있으면 금상첨화지요.

아이들이 떠들며 복도를 지나갑니다.

내 명상은 여지없는 방해에 깨지고 말았습니다.

통행제한 팻말을 세워두어야 겠다는 결심을 다졌습니다.

 

조금은 심한 조치라는 소리를 들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버릇이 들때까지 만이라고

나름대로 기일을 정해 두었습니다.

 

일어나 국화화분 곁으로 다가갑니다.

코를 박고 킁킁거립니다.

억지로라도 가을을 느끼고 싶은 몸부림입니다.

누렇게 익은 나락논

논두렁에서 메뚜기를 잡는 풍경이 기억납니다.

가을 들판의 싱그러운 바람을

머리로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