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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호수

죽장 2005. 9. 13. 12:16

  카파도기아를 출발하여 터키수도 '앙카라'로 가는 날이다. 날씨는 여전히 맑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민둥산 괴뢰메 계곡 햇볕은 강렬하지만 청포도가 익어가는 그늘에만 들어오면 시원하다. 어디선가 바람도 불어오고-.

 

  어제 왔던 길로 다시 나가 '네버쉬에르'에서 앙카라를 향해 북쪽으로 달리가는 여정이다. 끝없는 지평선 가득, 언덕을 넘고 또 넘어도 계속되는 밀밭길이다. 이따금씩 소금을 실은 트럭이 지나간다. 소금호수가 가까이 있다는 설명이다. 태고적에 바다였던 땅이 지각변동으로 내륙의 호수가 되었으며 지금도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해변도 아닌 내륙 깊숙한 곳에서 소금을 캐고 있다니 얼마나 신기한가!

 

  소금호수를 그들은 '투즈 켈레'라 부르고 있다. 겨울에는 잩은 비로 인하여 소금호수의 수위가 1m 이상 상승하나 여름에는 호수의 물이 즐어들고 바닥은 온통 소금밭이 되어 삽으로 퍼담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일찌기 우리의 염전을 익히 알고 있는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멀리서도 하얗게 빛나는 소금호수가 점점 다가온다. 버스가 멈추자 누군가가 얼른 발판을 가져다 놓는다. 소금가루가 차안으로 묻혀들어가는 것은 막기 위함이리라.

 

  눈을 의심했다.

  소금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소금이 땅을 이루고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지구다.

  앞을 봐도, 좌우를 살펴봐도 눈길이 닿는 저 끝까지 온통 하얀 소금이다.

  호수의 길이가 90km라니 얼마나 큰 호수인가!

  시속 90km의 속도로 가는 자동차로 1시간을 달려야 하는 면적 전체에 

  소금으로 채원져 있다.

 

  신발을 벗어들고 걸었다. 한번 끝까지 가보려는 심산에서다. 발바닥에 소금입자가 바스락거리며 부서진다. 딱딱한 듯한 감촉이 신비롭다. 가끔 사람들이 파놓은 작은 웅덩이가 있다. 소금물이 찰박거리며 빛나고 있다. 무좀에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지라 발을 담구었다.

 

  음식의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될 것이 소금이지만 타락해가는 인간사회에도 소금의 역할은 필요하다. 온 땅이 소금인 이 곳은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어 인정으로 넘치는 사람들이 살리라. 부패가 없는 맑고 투명함으로 넘치는 사회이리라. 투즈 켈레가 끝나자 지평선을 물들이는 노을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