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탈랴는 지중해의 항구도시입니다. 파묵칼레에서 한나절을 달려 온 이곳에는 히드리아누스의 문을 비롯하여 구시가지의 정경이 열대식물이 하늘을 찌르며 자라고 있는 신시가지와 아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지나가는 우리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습니다.
우리들은 '꼬리아!'라고 외칩니다.
놀랍게도 "대-한민국!"이라고 맞장구를 쳐줍니다.
우리는 다시 손뼉으로 "짜작 짝 짝 짝"으로 대답하였습니다.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라. 2002월드컵에서 우리와 3,4위전을 치룬 덕분에 그들의 축구실력을 알고 있었지만 터키의 축구열풍은 생각보다 더 대단합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은 응원하는 팀의 기를 들고 질주하는 사람들이며 택시가 많습니다. 심지어 대통령 선거에도 어느 팀을 응원하는지가 당락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니 충분히 알만 합니다.
월드컵을 통한 국력의 신장을 실감할 수 있는 안탈랴. 숙소 인근에 바다로 바로 떨어지는 폭포가 있습니다. 귀를 찢는 웅장한 소리와 하늘 가득 퍼지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수십미터의 낭뜨러지로 쏟아지는 풍경이 대단합니다.
지중해 바닷물은 역시 따스했습니다. 노을지는 해변에서 물결도 잠든 따스한 바닷물에 들어갔다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며 스르지는 잔모래에 눕기도 하였습니다. 정박한 돛단배가 조용하게 숨을 고르며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잠이 든 새벽 홀연히 눈을 뜨니 지중해의 보름달이 내려와 있었습니다. 바다 가까이에 두둥실 떠올라서, 넓은 폭으로 만들어진 비단길을 사뿐히 밟으며 달려와 내 창가에 머무고 있었습니다. 달빛이 부서져 금가루를 세상에 뿌리고 있습니다.
지중해의 달빛이 동방의 손님에게 주는 새벽의 축복인 듯 합니다. 고향도 잊고, 친구도 잊었습니다. 생각없이 깊어가는 안탈랴의 밤 깊어가는 그 밤에 지중해의 달빛이 있어 더욱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