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눈덮힌 산처럼 보였던 석회붕이었습니다. 석회붕 언덕에 오를려면 지나야 하는 곳이 바로 BC190년에 시작된 도시 히에라 폴리스입니다. 글자 그대로 이 '신성한 도시'는 당시에 인구 8만명이 살았다고 합니다.
도시입구에 거대한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개인이나 가족들을 함께 매장한 또 하나의 고대도시입니다. 이 무덤에 손을 대면 3대가 망할 것이라는 유언도 소용이 없었던 듯 오늘은 한낱 돌더미일 뿐입니다. 더러는 묘지로서의 완전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으나 대부분 파괴된 것은 세월의 작용이겠지요.
공동묘지를 지나자 곧 히에라폴리스가 나타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00여년 전 페르가몬 왕국의 유메네스 2세에 의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전설적인 왕국 페르가몬의 창건자 텔레포스왕의 아내 '히에라'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이 도시는 BC133년 페르가몬의 마지막 왕 아탈로스 3세가 왕국을 로마제국에 헌납함으로써 끝이 났다고 합니다. 그 후 기독교 사회로 발전하다가 1334년에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옆에 목화성(Cotton Castle)이라 불리우는 파묵칼레 석회붕이 있습니다. 우라나라 방방곡곡에도 온천이 많지만 이곳은 칼슘과 중탄산염이 함유된 온천수가 수세기동안 흘러내려 목화솜을 쌓아놓은 듯한 모양의 절벽을 비롯하여 계단식으로 된 크고 작은 웅덩이에 파란물이 고여 마치 자연수영장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 석회언덕이 하얀색으로 유지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석회온천수를 일정시간 간격으로 흘려보내어야 한답니다. 지금도 석회수가 흐르면서 만들고 있는 온갖 모양들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목화성에서 내려다 보는 파묵칼레며, 평원이며, 절벽들은 장관 중에서도 장관입니다. 눈덮힌 산야, 목화솜으로 장식된 순백의 성에서 수천년 전에 건설된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극장이 있는 히에라폴리스에서 도시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공동묘지에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낍니다. 세세년년 이어져가는 인간들의 역사와 인간들의 삶의 질곡에서 만들어가는 크고작은 아귀다툼의 사연들이 모두 덧없음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