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페소'로 가는 날의 아침은 맑고 더웠습니다. 숙소인 덱길라를 아침 일찍 출발하여, 인구 350만명으로 터어키 제3의 도시 이즈미르를 통과했습니다. 출근하는 차량들로 사가지가 혼잡하기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고대도시 '에페소'는 돗기 전체가 무너진 유적들로 채워져 있지만 정확한 도시의 기원을 알수가 없답니다. 로마제국 당시 아시아의 수도를 페르가뭄에서 이곳 에페소로 옮기면서 도시가 크게 부흥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황제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머물기도 한 이곳은 각종 건축양식이 발달하여 문화의 꽃을 피운 흔적들로 가득합니다. 한국인 선교사가 발굴한 성지가 입구에 있고 저 멀리에는 세례 요한이 성모마리아에게 지어준 '마리아의 집'이 있습니다.
최소 1500-2000년 전의 흔적인 성터며, 화장실이며, 도서관, 불씨를 보관했던 장소, 황제의 처소, 2,500명이 모였던 대회의장 등등 도시의 온갖 흔적들이 딩굴고 있는 현장입니다. 종교적인 식견이 부족한 나로서는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이곳은 기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수많은 교인들이 전도여행을 왔었고, 교회를 세웠던 곳입니다.
에페소에 딩굴고 있는 돌, 돌에 새겨진 인간의 흔적, 신앙의 그림자, 그렇다 하늘을 찌르는 돌기둥에 그날의 힘이 넘치고 있습니다. 하드리안 황제와 아르테미스 여신, 그리고 에페소 시민을 위해 118년에 지은 코린트형 사원에는 운명의 여신 티케가 조각된 아취문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루고 있습니다. 양손을 벌리고 있는 메두사의 장식을 더 이상 말이 필요없습니다. 또 셀레시우스 도서관의 웅장한 규모에 압도당해 또 말을 잃게 됩니다. 지혜, 사색, 학문, 미덕을 상징한다는 정면 돌기둥 사이에 새겨져 있는 4개의 여성상은 살아있는 것처럼 정교하고 아름답습니다.
인류 최초의 포스터(유곽을 안내하는)를 지나면 에페소 대극장이 있습니다. 연단에서 소리치면 순풍의 바닷바람을 타고 마이크없이도 충분히 들렸다는 바로 그 자리에 오늘은 대한민국의 청년 '이준걸'군이 용기있게 섰습니다. 목청높혀 부르는 애국가가 그날 운집한 25,000명 에페소 시민들을 향하여 울려 퍼졌습니다. 아니 오늘 21세기를 살고있는 세계인들을 향하여 장엄하게 울려 퍼진 것입니다.
우리 모두 목청껏 합창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손바닥이 벌겋도록 박수를 쳤습니다. 그 메아리가 지금도 귀에 생생합니다. 고대도시 에페소는 말이 없지만 침묵으로 웅변하고 있는 흔적들이 말없는 말을 걸어옵니다. 진군의 북소리처럼 가슴을 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