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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의 모습

죽장 2005. 8. 30. 15:56

그들이 빼앗아 온 돌기둥의 수는 얼마인가?

지붕을 떠받치는 데 사용하여 사원을 짓고

그래도 남아 땅을 떠받치는 물창고를 지었다네.

 

전쟁이 다반사로 일어나던 시절 물걱정이 오죽했으랴.

적으로부터 수자원의 보호를 비롯하여

가뭄에 대한 식수원의 확보를 위하여 지하에 건설한 이 물창고는

오늘도 보는 이들을 규모와 내용으로 압도하고도 남는다.

 

어두컴컴한 계단을 내려서니

지하에서 나는 특유의 음습한 내음과 함께

한방울, 또 한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소리가 신의 음성인 양 지키고 있다.

20km나 수로를 통해 끌어온 물이다.

 

532년 유스티아누스 황제 시대에 만들었다니 대체 몇년 전인가?

세로 140m, 가로 70m, 높이 8m의 공간을 받치고 있는

336개의 돌기둥.

'눈물의 기둥'을 지나 저편 끝에 뱀의 신 메두사의 기둥앞에 섰다.

 

하나는 꺼꾸로, 또 다른 하나는 옆으로 뉘여진 채

조명을 받고 있다.

산발한 머리칼은 저주의 모습인가?

잘생긴 미인의 모습인가?

메두사는 컴컴한 자하물창고와 어울려

아무리 봐도 을씨년 모습 그 자체이다.

 

지금은 다채로운 공연이며, 전시와 같은

각종 이밴트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는 지하물창고

또 하나 1,500여년의 역사가 되어 있다.

살아있는 신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