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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잘 있느냐?

죽장 2005. 8. 1. 13:27

  너희들을 보지 못한 기간이 이제 겨우 2주일인데, 안부가 궁금하구나. 지금 생각해 보건데, 방학을 앞에 두고 기다리면서 기쁨으로 채워진 너희들의 표정과는 달리 내 가슴 속에는 걱정이 스물거리며 자라고 있었다. 마침내 방학을 하는 날, 환호성을 지르며 교문을 뛰어나가던 너희들의 뒷꼭지를 바라보면서 내 걱정의 끈은 늘어질 대로 늘어져 있었다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었다.

 

  한 해 여름에 익사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엄청나다는 말과 함께, 대부분의 안전사고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지침을 기억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했었다. 학부모에게 가정통신문을 보내고, 선생님들에게는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유인물을 만들어 학생들의 귀에 쏘옥 넣어주라고 간곡히 당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무력감이 나를 안타깝게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애들아, 이제 다소 안정된 마음이 되니 욕심이 나는구나. 이번 방학동안에 들판에서 자라고 있는 풀이나 꽃, 뛰고 있는 벌레들과 친해지면서 자연을 배워오너라.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할아버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사랑을 배워오너라. 친구와 이웃, 그리고 어른들과 더불어 지내면서 인간으로서 알아야할 예의와 예절을 배워오너라.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 너희들은 다시 공부로 바빠지겠지. 선생님의 말씀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들으며, 친구들과는 피 말리는 경쟁을 하겠지.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더러는 학원에서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 이 방학기간이 아니고는 자연을 접하거나, 사랑을 배울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란 얘기야.

 

  이제 다시 노파심의 끈을 집어 들고 부탁한다. 남은 방학기간도 건강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있다가 오라고 한 말 잊지 말아라. 이 더운 여름이 가고나면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 되어 보란 듯이 나타날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