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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餘

죽장 2005. 6. 13. 17:21

매월 1회씩 운동장 조회시간에 교장은 훈화를 해야 한다. 오늘 아침에는 이런 훈화를 했다.

 

여러분 행복합니까?

(뜬금없이 던진 말에 웅성웅성거린다)

표정들을 보니,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기에 각자의 대답이 다른 듯 합니다.

오늘은 여유와 행복에 대한 말을 하겠습니다.

‘三餘(3여)’라는 말을 "아침편지" 읽었습니다.

그것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사람은 평생에 세 가지 여유로움을 즐겨야 한다는 말로서,

하루는 저녁이 여유로워야 하고,

일년은 겨울이 여유로워야 하며

일생은 노년이 여유로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농부의 삶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면,

고된 하루 농사일을 끝내고 저녁 호롱불 아래

식구들과 도란도란 저녁상을 받는 넉넉함이 첫 번째 여유로움 이고,

봄부터 부지런히 밭을 갈고 씨앗을 골라 심어 가꾸어

풍성한 가을 추수로 곳간을 가득 채운 뒤

눈 내리는 긴 겨울을 보내는 충만함이 두 번째 여유로움입니다.

아들 딸 잘 길러 다 결혼시키고

넉넉한 경제적으로 여유로움 속에 손자 손녀 재롱 보는 노년의 다복함이

세 번째 여유로움이랍니다.

 

학생 여러분 생각해 봅시다.

저녁에 여유롭기 위해서 낮에 무엇을 해야 하며,

겨울에 여유를 즐기기 위해서 봄부터 해야 할 일이 무엇이며,

늙어 여유롭기 위해서 젊은 지금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난치병 환자의 배아줄기세포 배양실험에 성공한 이야기로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황우석 박사도

고등학교 1학년 때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다음부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깨닫고 열심히 한 결과

세계적인 과학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학생 여러분들도 뒷날의 행복과 여유를 위해서

오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기 바랍니다.

행복하고 여유로운 '三餘'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

오늘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합시다.

 

학생들은 내가 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를 알아들었는지 알 수 없다.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도, 인내력도 부족하다. 잠시도 그냥 서있지를 못한다. 수백명의 학생 중에서 단 몇 명이라도 감화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자위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