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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초가 있는 뜰

죽장 2005. 6. 7. 09:40
사벌면 원흥3리에는
천연염색을 하는 아줌마와
들꽃을 좋아하는 아저씨씨가 부부로 살고 있다.

어제 시간을 내어 찾았다.
아저씨가 쪽나무밭에 관수를 하다가
우릴 맞으며 안에다 소리치니
앞치마에 물묻은 손을 닦으며 아줌마가 달려 나왔다.
반색하는 부부를 따라 들어와 녹차 한잔을 천천히 우려 마셨다.

마당 가운데는 붉은색, 분홍색 패랭이꽃이 곱고
넓은 밭에는 쪽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찻상을 앞에 놓으니 평화며 행복이 따로없다.
쪽염색을 한 명주치마와 함께 했던 생명주 저고리가 춥더라는 아내의 말에
홍화염색 저고리가 아주 어울린다고 아줌마가 거들었다.

창졸지간에
홍화염색 명주저고리를 맞추라 권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아내의 입이 함박꽃처럼 벌어진다.
일손을 한없이 멈추게 할 수가 없어 일어섰다.
댓돌 아래에 아저씨가 기다리고 서 있다.
기린초가 노랗게 피어있는 옹기수반을 들고-.
체면없이 받아들었다.

집에와 줄장미덩쿨 아래에 내려놓으니
돌단풍이며 돌나물들과 잘 어울린다.
옆에서 연꽃이 살포시 일어나 웃어주고 있다.
질투도 하지 않고.

이제 기린초가 있는 뜰을
한참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