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카는 싱가폴 국경을 넘어서 북쪽으로 두어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이다.
쿠알라룸프르는 여기서 다시 서너시간을 가야하는 말레이반도 서부해안도시이다.
말레이시아의 역사가 곧 말레카의 역사라 할 정도이니
우리나라의 경주나 부여 같은 곳이다.
한때 무역항으로 명성을 날렸던 말레카는
수마트라, 중국 명나라, 포르투칼, 네덜란드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말레카는 말레카 강을 중심으로 강 동쪽에 세인트폴언덕과 유적지가 있고,
강의 서쪽에 사원, 차이나타운이 있다.
버스는 차이나타운 입구에서 우리를 내려놓았다.
비좁은 거리, 낡고 빛바랜 주택들, 거리에 나앉은 남루한 차림의 중국인 모습이
사람 사는 곳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부처와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 장군을 모신 절에 놓인 위패는
죽은 영혼에게도 돈의 위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껴지게 해준다.
뒤편 언덕으로 올라갔다.
포르투칼 사람들이 세운 교회가 폐허로 남아 있다.
네델란드인들이 말레카 해협에서 쏜 포격에 지붕은 날아가 버리고
붉은 벽돌로 된 벽체만 남아 있다.
포르투칼 교인들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고 자존심을 지키면서 죽었다고 한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해안을 내려다본다.
아름다운 시가지가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수평선이 잇닿아 있다.
광장에는 대포가 그날의 화약냄새를 풍기며 아픈 과거를 웅변하고 있다.
말레카 순교의 역사가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