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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의 생존전략은 '질'보다 '양'

죽장 2009. 3. 3. 16:33
흥부의 자식 수는 스물다섯이라고 하는데, 놀부의 자식은 몇 명일까?
정확한 숫자를 모른다. 모르긴 해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가난한 흥부는 그리 많이 낳았는데, 부자인 놀부는 왜 적게 낳았을까?

못사는 이들은 대개 자식이 많다.
TV뉴스에 나오는 아프리카 난민들도 흥부처럼 지속적으로 아이를 낳는다.
이미 낳은 아이가 뼈만 앙상하게 드러내고 있는데도 말이다.
반면에 잘 사는 선진국에서는 아이들 찾기가 힘들어서
국가적 차원에서 출산율 높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알다시피 생명체가 추구하는 제1 본성은
생존과 이 생존을 이어갈 후손 낳기, 즉 번식이다.
그런데 생존과 번식을 하는 방법은
먹이사슬의 높낮이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대개 사냥꾼에게 먹히는 사냥감이 되는 초식동물들과 식물들,
다시 말해 먹이사슬의 아래쪽에 있는 생명체들은
가능하면 자주 그리고 많이 낳고 많이 퍼뜨리려고 한다.
잡아먹히더라도 하나라도 살아남자는 전력이다.

하지만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는 육식동물인 맹수들은 반대다.
적게 낳아 잘 키우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초식에서 육식으로 전환해 오고 있는 인간세상에서도 이 패턴을 볼 수 있다.
특히 농경사회를 벗어나 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갈수록
이 현상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먹이사슬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세상이 불안정해지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빨리, 그리고 많은 후손을 만들려고 한다.
수컷들의 정자 수 또한 평상시보다 훨씬 많아진다.

연구에 의하면 남자들이 일주일 이상 장기출장을 가기 전과
갔다 온 후에도 전자 수에 차이가 난다.
전쟁에 나가기 전 서둘러 결혼하고 수태하려는 것도 이 같은 이치다.
많은 후손을 남기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게 똑 같다.
‘많이’보다 ‘질’과 ‘제대로’가 중요한 때다.

서광원(생존경영연구소장)